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은행장 자리가 없다?

경제·금융 |입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출처: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출처: 우리금융그룹]

국내 4대 시중은행 지주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금융지주만 이사회에서 은행장 자리를 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은행권은 이례적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의중을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 2인을 새로 선임하면서, 사외이사 수를 6인에서 7인으로 보강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당연히 기타비상무이사나 사내이사로 올릴 것이란 관측과 달리, 이사회에서 조 행장의 자리는 없었다. 

같은 날 KB금융지주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했고, 하나금융지주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기타비상무이사에서 사내이사로 지주 내 역할을 격상시켰다. 1년 전 신한금융지주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임기 2년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만 유일하게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들어가면서, 은행본점이 밀집한 을지로에서 이례적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그 의도에 관해 해석이 분분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출처: 우리은행]
조병규 우리은행장 [출처: 우리은행]

한 금융권 관계자는 25일 "은행장이 의사결정이나 기여가 큰 데, 통상 기타비상무이사에 앉히는 은행장을 이사회에서 빼는 것은 은행장 힘을 빼려는 의도적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인자 없다는 건 회장 유고시 대표를 세울 수 없다는 뜻이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이상하기 때문에 앉히긴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계자는 "사내이사가 많아지면 이사회 안에서 회장 발언권이 세진다"며 "반면 지배구조 문제로 감독 당국의 제재가 들어오기 때문에 많아도 적어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금융그룹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예산계획과 인수·합병(M&A)도 승인한다. 은행 의존도가 100%에 가까운 우리금융그룹에서 조병규 행장이 이사회에 빠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시각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의 지난 2023년 당기순이익(지배기업소유주지분)이 2조5063억원인데,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그보다 7억 적은 2조5056억원이다. 사실상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인 상황이다.

작년 7월 취임한 조병규 우리은행장 [출처: 우리은행]
작년 7월 취임한 조병규 우리은행장 [출처: 우리은행]

반면에 다른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으로 은행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들어가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기 때문에 이례적이지만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지주 수익의 근간이 은행이기 때문에 그룹 전반의 경영을 은행장이 모를 수 없고, 그룹 이슈를 다 알고 있다"며 "후계구도 논의에서 배제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나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즉 우리은행의 계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립적이면서 우리은행을 잘 아는 임종룡 회장이 취임했는데,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그의 역할을 볼 때 1인 체제를 구축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다. 나중에 조병규 행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실제로 임종룡 회장은 작년 우리은행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다 용퇴한 부행장급들을 중용해, 우리은행의 세대교체와 계열사 키우기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은행에서 국내영업부문을 이끌던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와 기업투자금융을 도맡았던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22일 취임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그룹은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지주는 전략에, 은행 등 자회사는 영업에 집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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