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100% 배상 가능한지 봤더니..`악마는 디테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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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가산 45%포인트 모두 채우기 불가능 비영리공익법인인 동시에 금융취약계층이어야

배상비율 산출 도식 [출처: 금융감독원]
배상비율 산출 도식 [출처: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파생결합증권(ELS) 배상비율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은행권은 금감원의 기준안을 토대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초 0% 내지 100%에 준하는 배상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지만,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열어보니 100% 배상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수준의 시나리오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대다수가 0% 배상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11일 발표된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이론상 100% 배상이 가능한 개인투자자 홍길동(가명) 씨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홍 씨는 지난 2021년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은행 창구에 예금에 가입하려고 갔다가 ELS에 처음 투자했다.(15%p) 가입 당시 김 씨의 나이는 만 80세를 넘었다.(10%p)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A 은행이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를 모두 위반했고(40%p),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한 책임까지 명백하게 드러났다.(10%p) 게다가 고령투자자 보호기준도 지키지 않았다.(5%p) A 은행은 투자 권유 자료를 보관하지 않았고, 녹취도 누락했다.(10%p)) 

더구나 홍길동 씨는 ELS 투자 경험이 20회 이하이고, ELS 가입금액이 5천만원 이하이며, ELS 투자로 수익을 본 적도 없고, 금융회사에서 일한 경험까지 없어야 한다. 특히 이 모든 상황이 모두 증명돼야 한다.

모든 조건을 통과해도 홍길동 씨의 배상비율은 90%에 불과하다. 나머지 10%포인트는 기타 조정에서 받을 수 있다지만, 적합성 원칙과 중복되면 인정받지 못한다. 

5년간 홍콩 H지수 추이 [출처: 구글]
5년간 홍콩 H지수 추이 [출처: 구글]

금융회사가 치명적이고 결정적인 법률 위반을 저질렀고, 그것이 금감원 검사에서 드러났고, 금감원이 그 위반을 기타 조정으로 인정해야 100% 배상이 가능하단 소리다. 하지만 불완전판매 여부의 대부분은 투자자별 가산비율인 45%포인트에 들어있다.

특히 투자자 가산비율 45%포인트를 모두 채우려면 비영리 공익법인인 동시에 금융취약계층 조건 15%포인트를 모두 충족해야 가능하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금융회사가 ELS 영업을 독려해서 불완전판매를 조장하고, 직원이 창구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무더기로 위반하면서 불완전판매를 해도, 80세 넘은 금융취약계층이 배상받을 수 있는 최고 비율은 사실상 90%를 넘기 힘들다.

실제로 금감원이 첫 번째로 든 예시가 홍길동 씨와 비슷하지만, 금감원은 배상비율을 75% 내외로 판단했다. 반면에 10번째 예시로 든 최저 배상비율 0% 사례를 보면,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해당된 것으로 보인다.

10번째 예시의 대상은 과거 ELS에 62회 가입했고, 손실을 본 경우가 1번 있는 50대 중반의 투자자다. 지난 2021년 1월 은행에서 홍콩 H지수 ELS에 1억원을 투자했고, 투자 당시 은행원이 설명의무를 위반했고, 은행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한 데다, 투자권유 자료를 보관하지 않은 경우였다. 

지난 2023년 12월 홍콩 ELS 가입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성토하는 시위를 했다. [출처: 스마트투데이]
지난 2023년 12월 홍콩 ELS 가입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성토하는 시위를 했다. [출처: 스마트투데이]

금감원의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홍콩지수 ELS가입자 네이버 카페에서 투자자들은 대부분이 0% 사례에 해당되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 투자자는 "모든 위법이 입증될 때 25%(실제로는 은행 50%)에서 시작인데 그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여기도 25% 이하인 듯하다"며 "특히 증거 없는 재가입자들은 금액이 크면 0% 많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다른 투자자도 "이게 가이드라인이지 여기에서 더 안주려고 은행은 그럴 것 같다"고 공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80세 이상 최초 가입자와 치매노인, 의사소통 불가능한 최초 가입자만 배상 받고 나머지 재가입자 90%는 차 떼고 포 떼면 0%"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홍콩 H지수 ELS 투자자 중 50~60대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ELS 판매는 지난 2003년 2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상당수가 재투자자다. 금감원도 ELS 투자자의 특성을 연령대 높은 재투자자로 꼽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처럼 표면적으로 금융회사에 불리한 분쟁조정기준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세부 배상비율을 따지고 들면 투자자들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조건이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원칙과 자기책임의 원칙 양쪽을 어떻게 비교형량을 할까 이런 문제가 남았다"며 "배상이 안 될 수도 있고, 100% 내지는 그에 준하는 배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100% 배상 사례의 예로 "법률상 사실상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운 분들을 상대로 이런(ELS) 상품을 판매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해당 법률행위 자체의 취소 사유가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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