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금융 위기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졌다. 5대 금융그룹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20조원을 넘지만, 국내 은행권보다 증권업계에 타격을 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 49조 이자 수익낸 5대금융지주사, 해외부동산 20조 밀어넣어
19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해외부동산 관련 투자 원금은 총 20조3868억원으로 집계됐다.
개별 금융그룹별 투자원금 규모를 살펴보면 ▲하나금융 6조2458억원, ▲KB금융 5조6533억원, ▲신한금융 3조9990억원, ▲NH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 2조1391억원 순이다.
이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부동산 익스포저는 약 11조4천억원으로, 전체 위험노출액의 55.9%를 차지했다.
대출채권을 제외하고 펀드, 수익증권 등에 투자한 금액은 총 9조3444억원으로 ▲KB금융 2조8039억원, ▲신한금융 2조7797억원, ▲하나금융 2조6161억원, ▲NH농협금융 1조8144억원, ▲우리금융 4305억원 순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 20조원 중 1조원을 손해 봤다. 평가 가치는 5대 금융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해, 원금보다 1조1002억원이 줄었다. ▲하나금융 -12.22%, ▲KB금융 -11.07%, ▲NH농협금융 -10.73%, ▲신한금융 -7.90%, ▲우리금융 -4.95% 순이다.
5대 금융그룹은 작년에 이자이익 총 49조1994억원을 기록해, 50조원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 5대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이 17조2025억원에 달해, 해외부동산에서 수조 원을 날리더라도 은행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준은 못 된다.
한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은행이 많이 갖고 있고, 나머지 계열사 금액은 크지 않다"며 "은행은 선순위 대출을 많이 가져서 부실률은 0.2%로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16일 부동산·금융 섹터 보고서에서 "해외 상업용부동산(CRE) 영향은 대형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국내 금융지주들의 손실은 해외 은행들에 비해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해외부동산 자산의 만기를 연장해 시간을 버는 방식으로 금융회사들이 설적에 손실을 배분시켜서, 연간 실적에 주는 부담을 분산시킬 거라는 예측이다.
◇ 은행 타격은 제한적..증권사 손실이 더 걱정
은행이 해외 부동산에 증권보다 2배 더 투자했지만, 정작 시장이 걱정하는 대상은 은행이 아니라 증권이다. 선순위보다 후순위에 투자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5대 금융그룹 자회사 중에서 업권별 투자규모는 ▲은행 7조5333억원, ▲증권 3조5839억원, ▲생명보험 2조7674억원, ▲손해보험 1조6870억원 순이다. 전체 업권을 통틀어 보면 투자 규모는 더 커진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키움 등 증권사 4곳의 작년 말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총 4조2천억원이다. 평가손실과 충당금으로 기록한 누적 손실은 94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삼성증권은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적지만, 국내 신평사 자료에서 작년 9월 국내 증권사 25개사의 익스포저 중 위험도 높은 지분 투자가 8조7천억원 규모로 60%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증권은 "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 익스포저와 별개로, 리테일 판매 펀드에 대한 불완전판매 이슈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2018년 이후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한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14개의 규모는 총 1조3천억원으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82%에 육박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부동산 펀드의 만기가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나뉘어서, 증권사들이 3년에 걸쳐 손실 인식을 분산시킨다면 실적 충격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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