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적발한 역대급 은행 횡령 사건에 은행권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이 15년간 3089억 원을 횡령하고 한 달에 7000만 원씩 펑펑 쓸 동안, 까맣게 모른 BNK금융그룹은 은행을 감시하라고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또 모든 장기 근무 직원을 이동시켜 내부를 물갈이했다.
BNK금융지주가 역대급 횡령사건을 계기로 지주의 통제에 벗어난 경남은행의 고삐를 죌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BNK금융그룹에 따르면, 지난 19일과 22일 두 차례 인사는 내부통제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지주, 부산은행, 경남은행에서 특수직을 제외한 장기 근무 직원 전원을 전보시켰다. 본부 부서 5년, 영업점 3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무자 거의 대부분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켰다.
특히 오성호 부산은행 자산관리본부장과 황재철 경남은행 자산관리본부장을 맞바꿨다. 오 상무는 경남은행으로, 황 상무는 부산은행으로 전보 발령했다.
먼저 지난 19일 단행한 연말 인사에서 횡령 사건의 진원지인 BNK경남은행은 윤리경영부와 상시감시팀을 신설했다. 이에 앞서 경남은행은 지난 8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쇄신에 나섰다.
같은 날 BNK금융그룹도 금융권 최초로 모든 계열사에 윤리경영부를 신설키로 했다.
이와 더불어 지주, 부산은행, 경남은행, BNK캐피탈의 경영전략 부문에서 재무기능을 분리해서 지주 산하로 가져왔다. 지주에서 직접 은행을 감시하겠단 뜻이다.
외부에서 준법감시 전문가를 영입해 지주 CFO로 발탁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 19일 그룹 CFO를 맡은 권재중 부사장은 전북 기반의 JB금융지주 CFO 출신이다. 권 부사장은 횡령 사건 지원지인 경남은행의 재무기획본부 부행장도 겸직한다.
지주 CFO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장부를 상시로 들여다보고 횡령을 미연에 방지하겠단 포석이다.
권 부사장은 1962년생으로 춘천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대학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위 자문,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준법검증본부장, 신한은행 감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창립 53주년을 맞은 BNK경남은행은 은행 역사에서 올해를 최악의 해로 기록하게 됐다. 당초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 모 씨의 횡령 금액은 지난 7월 562억 원에서 1300억 원(금융감독원 조사)으로, 다시 3089억 원(서울중앙지검 수사)으로 눈덩이 불 듯 불어났다.
검찰이 범죄피해 재산 187억 원을 추징 보전했지만, 순수 피해금액만 378억 원에 달했다. 이 부장의 가족은 14년간 한 달에 평균 7000만 원(하루에 233만 원)을 쓰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해왔다.
이 부장의 차명 오피스텔에서 골드바 101개(감정가 83억 원)가 나왔고, 이 부장의 아내는 집 김치통에 비닐백으로 포장한 현금 다발과 수표를 감췄다가 들통났다. 또 자녀 해외유학비로 약 14억 원을 해외 송금했다.
지주와 경남은행은 지난 4월 횡령 사건을 처음 인지하고도 감독 당국에 보고를 미루다가 지난 7월 검찰에 고소하는 등 사고 대처도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산은행 출신 빈대인(62) BNK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부산은행장과 경남은행장을 물갈이했지만,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투 뱅크 체제를 통합하고 경남은행을 쇄신시키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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