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도덕성에 물음표가 던져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개선의 주체로서 이사회의 감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금융감독원과 함께 최고경영자(CEO)를 감독하자는 주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8곳의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간담회를 가졌다. 금감원은 이날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핵심원칙 30개를 제시했다.
이 원장은 "대표적 소유-지배 분산기업으로 불리는 은행지주에서 최고경영자(CEO)나 사외이사 선임시 경영진의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처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에서 현직 CEO가 권한을 남용해 참호를 파고 경쟁자를 배제해 연임을 노리는 참호 효과를 지적했다. 이는 주인-대리인 문제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주인과 대리인 사이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대리인이 주인에게 피해를 주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문제다.
현직 CEO 임기가 끝나기 전 적어도 3개월 전에 CEO 승계 절차를 시작해, 승계과정을 투명하게 문서화하도록 했다. CEO 상시후보군을 육성해 평가방식도 다양하게 마련하도록 제시했다.
또 이 원장은 최근 불거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에 관해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는 금융회사가 고객보다 단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영업 관행을 가질 때 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원장은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을 가지는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문화와 성과보상체계를 개선해달라"며 "특히 준법경영에는 최고경영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를 위해서 이사회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무거운 책임도 요구했다. 이사회 산하에 이사회 사무국을 설치하고, 사외이사 평가에 역량진단표를 도입했다.
이날 이 자리에 김경호 KB금융지주 의장, 이윤재 신한금융지주 의장, 김홍진 하나금융지주 의장, 정찬형 우리금융지주 의장, 이종백 NH금융지주 의장, 최경수 BNK금융지주 의장, 최용호 DGB금융지주 의장, 유관우 JB금융지주 의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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