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가 '주거래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뒷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상장에 더해 유상증자 주관을 맡기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도 한국투자증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자신의 리스크 관리 정책 변경을 이유로 첫 연장 기일을 코앞에 두고 대출 연장 불가와 상환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보로노이측은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얻어 보호예수 걸린 주식이 담보로 제공돼 처분 즉, 반대매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출 연장 불가가 부당한 만큼 '현상 유지'를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일 보로노이 최대주주이자 경영부문을 맡고 있는 김현태 대표이사는 지난 8월28일 한국투자증권과 체결한 25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 불가 통보와 함께 상환을 요청받았다고 공시했다.
만기일은 지난달 30일. 만기가 하루 지난 시점이었다. 통상 연장 불가이고 상환하지 않았다면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상황인데, 이번 경우는 좀 달랐다.
애초에 처분할 수 없는, 즉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한 보호예수 주식이 담보로 걸려 있어서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6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공동 대표 주관회사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 인연이 이어져 지난 6월 450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형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할 때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회사로 택했다.
김현태 대표는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유상증자 100%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를 위해 유상신주 인수에 필요한 215억원을 한국투자증권에 보유주식 85만주를 반보로 제공하고, 250억원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주담대를 받던 시기는 코스닥 상장 1년을 갓 지난 시점으로 김 대표의 지분은 전부 보호예수가 걸려 있었다.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코스닥 의무보유 예외 규정에 따라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얻어 주담대를 진행했다.
보호예수 걸린 주식은 반대매매가 불가능하므로, 한국투자증권에서 증자 대표주관회사로서 대주주에게 편의를 제공한 측면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였던 셈이다.
또 회사에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첫 3개월이 지나 계약 조건 조정은 있을 수 있어도 곧장 전액 상환 요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일이 발생했다. 김 대표는 공시에서 "주식담보대출 계약과 관련해 1년 약정(3개월 단위 연장)으로 합의했다"며 그러나 "만기를 단 9일 앞둔 11월21일에 일방적인 만기 연장 불가 통보 및 상환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로노이측 항의에 한국투자증권측은 지주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리스크 관리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지주 측의 리스크 관리 강화 지시가 있었고, 회사가 증거금 100% 종목이라는 사유에서 김 대표의 주담대 연장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영풍제지 사태로 키움증권이 4000억원대 미수금이 발생하자 증권사들은 앞다퉈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종목별 증거금률 상향 등을 통해 신용 관리에 나섰는데 이 여파가 보로노이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연장 불가로 이어진 것이었다.
김 대표는 소송 이슈로 회사가 곤경에 처한 이오플로우처럼 맥없이 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오플로우 김재진 대표는 지난 10월말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00억원 주담대의 연장 불가를 통보받았고, 반대매매를 통해 절반인 100억원을 강제상환당했다.
이 결과로 나온 것이 "현재 부당한 대출 상환 요구의 철회를 위해 법률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소송에 들어갈 경우 계약이 동결되면서 당초 약정했던 1년 이상으로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회사측은 판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김 대표는 왜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대환을 알아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주담대를 통해 취득한 유상신주는 보호예수가 걸려 있지 않다. 유상신주의 처분을 통한 주담대 상환도 고려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유상증자 성공을 위해 김 대표가 거짓말을 한 꼴이 된다. 고려할 수 없는 옵션이다.
회사 관계자는 "결코 이번 일로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게 김대표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강화된 리스크 정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서 거래를 맺고 있는 상장사 대주주들에게 자신들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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