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세계적인 소송 붐을 일으키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거나 반대하는 소송 모두 증가하고 있으며, 그 중 거의 70%가 미국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기관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ICN)이 전했다.
보고서는 유엔환경프로그램(UNEP)과 컬럼비아 로스쿨의 기후변화 대응 새빈 센터(Sabin Center)가 공동으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사이에 2180건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소송이 있었다.
소송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기후변화 완화, 온난화 및 폭풍과 같은 기상재해와 관련된 적응 문제, 통계 모델과 날씨 데이터에 기반했을 때 정도가 심한 특정 오염행위자 등 매우 구체적인 사례만을 모은 것이다. 기후 변화를 단순히 언급하거나 산림 벌채에 대한 소송, 대기 오염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기후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사례는 통계에서 제외했다. 간접적으로 연결된 경우까지 포괄할 경우 숫자는 급증하게 된다.
대부분의 기후 소송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기온을 섭씨 1.5도 상승으로 제한한다는 파리 협약의 목표를 추구하는 측에 의해 제기됐다. 원고가 환경친화론자 또는 단체라는 의미다. 이는 주로 정부에 대한 소송 형태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후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책임을 묻거나, 탄소 배출 저감 등의 조치를 소홀히 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등이다. 기업 및 금융권 투자가에 대한 소송도 있었다. 주로 화석연료 회사 및 이에 대한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기후 변화 또는 지역의 환경 파괴로 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소송의 법적인 기반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법이 속속 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법을 포함해 환경 관련 법, 지자체의 각종 하위법, 공해나 건물조례 등 행정법, 주주 공시 의무 및 기업 지배구조와 같은 기업 관련법, 심지어 그린워싱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 보호법까지 다양하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에 따르면 운동가들의 소송은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IPCC는 지난해 기후 변화에 대한 6차 평가에서 각종 소송이 ‘기후 거버넌스의 결과와 목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2021년 독일 법원은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이 생명권과 건강권과 같은 헌법상 권리와 충돌한다고 판단하여 해당 조항을 무효화했다. 독일정부는 더 신속한 배출 감축을 포함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했다. 195개 정부가 서명한 IPCC 보고서는 기후 관련 소송으로 인한 책임이 화석연료 회사에 대한 금융 투자 위험을 일깨웠다고 지적했다.
소송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일어났다. 전체 2180개 중 1522개였다. 그러나 이 모든 소송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거나 기후 거버넌스의 체계적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미국에서의 효과보다는 전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 성격이 크다는 것.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자국에서의 판결 효과가 큰 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경우 전략적 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다 가파르게 줄이는 계획을 시행하도록 강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미국 소송 가운데 상당수는 화석연료를 대상으로 했다. 화석연료 회사의 제품이 지구 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책임을 묻는 소송이 24개 이상의 지자체에서 제기됐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권위원회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정부에 도덕적 설득력을 부여하는 기관의 역할을 한다. 2022년 호주 인권위원회는 토레스 해협 섬 원주민들을 기후 변화의 심각한 영향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제 기후 소송은 인권법과 기후변화를 함께 묶는 새로운 법률 체계로 발전하게 됐다.
미국의 인권 소송은 루이지애나와 알래스카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과 관련돼 발생했다. 원주민의 생명권, 자기 결정권, 식량 안보 및 안전한 음주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했으며,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땅이 기후 변화로 인해 이주해야할 상황에 처한 데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헌법 및 인권법과 관련된 기후변화 소송은 극심한 더위,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물 다양성 손실 및 더 강력한 폭풍과 같은 기후 영향이 인간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고 있다는 데 근거한다. 기후변화 소송과 인권의 연결은 이제 상식으로 인식된다. 보고서는 기후 소송은 승패와 상관없이 인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변화를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
법원에 큰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국제 사건이 세 가지 계류 중이다. 지난해 국제사법재판소, 국제해양법재판소, 미주인권재판소에 제출된 청원서로, 이들 모두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의 법적 의무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는 MZ를 포함한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와 기후 변화에 대처할 의무를 포함한다. 이 결과에 따라 사법부는 정부와 오염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 피해보상을 판결할 수 있다. 기후변화 소송에 대한 앞으로의 추이를 내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보고서는 향후 예상되는 소송 주제로 ▲기후변화에 따른 거주민들의 삶의 질 악화 ▲기후변화 한계치 도달에 따른 이주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해 ▲지구 온난화 완화 조치 지연 또는 방해 행위 등이 다툼을 일으키며 법정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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