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 자신의 몸이 이상하게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의 몸이 어느 사이에 무수한 다리를 지닌 한 마리 커다란 벌레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으나, 분명히 꿈은 아니었다. "(1916년 F.카프카의 중편소설 [변신, Die Verwandlung] 중에서)
도서관은 전통적으로 책을 매개로 운영돼 왔다. 도서관은 공부를 하거나 독서하는 공간으로서 역할했을뿐 아니라 학생 또는 주민들이 책을 대출받아 지식을 쌓는 허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종이 시대가 저물고 사람들이 책을 멀리 하면서 도서관도 기로에 섰다.
한국의 도서관은 그 전통을 벗어나지 못했다. 스마트 도서관으로 탈바꿈하는 데까지는 진전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도서관은 최근 수년 동안 사양길을 걷고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한 학생들의 공부 공간이나 장년층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독서 및 시청각 공간으로 확장됐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도서관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책을 매개로 하는 전통적인 의미를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도서관은 주민들의 쉼터 또는 학생들의 놀이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이미 2020년부터 사물도서관(Library of Things)로 변신 중이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디지털로 전환했고 대여 품목도 생필품은 물론 주택이나 자동차를 수리하는 공구 대여까지 제한이 없다.
폭염과 고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서부의 도서관은 주민들의 피난처 역할을 한다. 본보에서도 2021년 10월 소개했듯이 도서관은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최적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리건 주 클래커마스 카운티 도서관들은 더위를 식히는 냉방 센터다. 수천 명의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도서관을 찾는다. 오는 여름에도 그럴 것이다.
유럽 도서관은 미국의 그것과 온도차가 난다. 마찬가지로 과거 책을 매개로 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들어가는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움직인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덴마크 코펜하겐의 ‘휴먼 라이브러리’다. 사람이 사람을 빌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생을 배우는 것이다. 이 소식은 더메이어EU 게시글 번역을 통해 본보에서도 소개됐다.
이번에는 또 다른 색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핀란드 투르쿠의 도서관 이야기다. 투르쿠는 헬싱키 북서쪽으로 160km 떨어진 핀란드 제3의 도시로, 핀란드의 가장 오래된 도시였으며 500년 동안 수도였던 곳이다.
투르쿠 도서관이 책이나 자료들과 함께, 전기 자동차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현지 매체인 예일이 보도했다. 투르쿠 시정부는 도서관에서의 전기차 대여 프로그램을 시범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시정부와 협력하는 파트너는 도요타 핀란드 법인이다. 프로그램은 이달 초부터 시작돼 3주일 동안 이어진다.
도서관 카드 소지자들은 평일에는 한번에 6시간, 주말에는 4시간 30분 동안 도서관에서 도요타 bZ4X 전기차를 빌릴 수 있다.투르쿠 시립 도서관 서비스 책임자인 레베카 필풀라에 따르면 이 시범 프로그램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민간 렌터카 서비스 업체들이 있는데 굳이 도서관을 전기차 대여 기관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확실히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전기차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정부 차원에서의 차량대여 서비스를 도서관이 담당하는 우회 서비스다. 탄소 제로 및 주민 대상 전기차 홍보, 승용차 개인소유 감소 등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기차 대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카드가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핀란드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하며 책 대여 과정에서 미납된 연체료가 10유로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전기 자동차 대여 시범 프로그램이 끝나면 이를 영구 서비스로 도입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시범 프로그램 결과가 좋으면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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