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에 휴대폰 넘겨서...연락도 안되는 CFD 계좌 주인들'

글로벌 | 김세형  기자 |입력

증권사 하한가 사태에 미수채권 눈덩이..일부 1000억 넘은 곳도

서울가스는 하한가 사태에 휘말리면서 나흘새 시가총액의 4분의 3을 잃었다.
서울가스는 하한가 사태에 휘말리면서 나흘새 시가총액의 4분의 3을 잃었다. 

"고객이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아 일일이 집주소를 들고 직접 찾아 헤매고 있는 실정입니다. 

금액이 워낙 커서 사태가 증권사 사이에 미수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가압류 경쟁이 벌어질 게 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상당 부분은 회수할 수 없을 것같네요."

증권사의 한 지점에 근무하는 A직원은 지난 24일 시작된 SG증권 창구발 CFD(전문투자자) 계좌 무더기 하한가 사태 마무리와 관련해 27일 본사 온라인 담당 부서의 업무 협조 요청을 받았다. 어느 주소로 찾아가 계좌주를 만나 미수금 상환 가능성을 알아봐달라는 요청이었다. 

손실 계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비대면으로 개설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온라인 담당 부서가 해결 주체가 됐다. 그런데 온라인 부서 만으로는 감당이 안돼 지점 직원을 동원한 것이었다. 

A직원은 서로 얼굴 보기에도 껄끄러운 사이에 휴대폰으로 연락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하나하는 생각을 하다가 설명을 듣고 이해가 갔다. 고객이 계좌 개설 시 연락처로 설정한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아 연락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태를 공모한 것을 의심되는 일당들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면서 휴대폰을 별도로 개통하게하고 그것을 건네 받은 뒤 직접 사고팔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해당 휴대폰이 계좌주 본인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사태가 터지면서 대부분 휴대폰은 꺼져 있는 상황. 고객을 만나려면 집주소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A직원이 만난 계좌주는 강남의 자영업자였다. 계좌에서 끌어다쓴 신용  때문에 발생한 미수채권금액은 20억원이 넘었다. A직원은 이것만이면 해결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자영업자는 다른 증권사에 개설한 계좌 2개를 일당들에게 넘겨줬다고 했다. 

사태가 터진 이후 어떤 의사는 '100년을 일해도 갚을 수 없는 빚이 생겼다'는 블로그글이 회자됐는데 허언이 아니었다. 

A직원은 "계좌주는 상환하겠다고 말했지만 두 계좌가 더 있다면..."이라며 "결국 다른 재산을 찾아 다른 증권사보다 먼저 가압류를 거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SG증권 창구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27일까지 나흘새 8조원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연루된 계좌마다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각 증권사들도 이처럼 타부서 직원까지 동원하는 등 미수채권 회수 문제로 골머리다. 어느 증권사에서는 채권추심 TFT를 별도로 조직했다는 말이 들려온다. 

이번 사태에 따른 미수채권이 2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정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온라인 강자인 키움증권을 포함해 일부 증권사는 미수채권 금액이 이미 1000억원이 넘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공공연히 오가고 있다. 

지난 24일 삼천리를 필두로 코스피에서는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 다올투자증권 등 5개사가 하한가로 추락하고 CJ는 급락하는 동시에 코스닥에서 선광, 다우데이타, 하림지주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면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시작됐다. 

이 가운데 서울가스, 선광, 대성홀딩스 3개 종목은 나흘째인 27일까지도 하한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 종목에서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CFD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 투자은행(IB)과 국내 투자자 간의 계약을 중개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손실 또는 미수채권이 발생하면 국내 증권사가 회수 부담을 진다. 2분기 실적 발표시 대손충당금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 이번 사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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