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에너지 위기가 한창이었을 때, 전 세계가 유럽에서의 에너지 파동을 우려했다.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절대 비중의 천연가스를 수입해 에너지를 충당해 왔다. 러시아 뿐 아니다. 유럽의 대외 에너지 의존도는 대단히 높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 세계 경제와 산업 공급망은 대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특히 유럽에서의 에너지가 그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면서다. 러시아는 유럽연합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줄였다.
겨울의 문턱에서 전문가들은 유럽의 겨울이 춥고 혹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국가에서 가정의 에너지 가격 고지서가 대폭 올랐던 것도 사실이다. 겨울 추위의 정도에 따라 에너지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일반적이었다.
유럽연합의 움직임도 부산해졌다. 에너지 안보를 앞세우고 자립에 나섰다. 한동안 기피 대상이었던 원자력 발전을 청정에너지 범주에 다시 편입시킨 것도 지난해 하반기다.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대폭 늘렸다. 스마트시티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이 되면서 마침내 긍정적인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올 겨울 유럽에서의 에너지 위기가 예상보다 가벼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추위가 닥치고 천연가스 소비가 늘어나도 가스 부족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필요한 천연가스 비축량의 85%가 이미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청정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도로 올라갔다.
스마트시티에서의 효율성 제고도 큰 역할을 했다. 도시마다 소비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배가했고 그 성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유럽의 각 도시는 전기와 가스 고지서에 적힌 청구 금액이 J커브를 그리며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처한 한국이 에너지 절약 벤치마킹 사례로 연구해야할 곳이다.
유럽 각지의 소식을 알리는 포털 더메이어EU가 벤치마킹 사례로 벨기에의 메헬런(Mechelen) 시를 소개했다. 메헬런 시는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 안트베르펜주의 지방 도시다. 더메이어EU에 따르면 메헬런 시 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에너지 절약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28만 유로를 절약했다. 시 당국은 지난 11월과 1월 3개월 사이에 에너지 소비를 평균 33%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시정부에 따르면 에너지 절약 조치는 천연가스 공급 위기 동안 큰 도움이 됐다. 에너지 절감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었고, 시 정부에 더 많은 정책 기회를 열어 주었다. 메헬런 시 당국은 오는 2045년까지 탄소 중립에 도달한다는 방침이다.
메헬런 시는 이 기간 동안 ‘윈터 플랜’을 가동했다. 계획은 시가 소유한 건물 등 부동산과 교통 시스템 등 공공 인프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했다.
시는 우선 공공건물의 관리 온도를 낮추고, 밤에 거리 조명을 조금 낮게 조정했다. 도시 곳곳의 분수 등 불요블급한 시설에서의 전기 소모를 대폭 줄이는 등 총 12가지 조치를 시행했다. 월별 건물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전체 평균 33%의 감소가 실현됐다.
메헬런 시 관계자들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고 2045년까지 0%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윈터 플랜은 당장의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시 당국의 단기 정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녹색 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탄소 제로 목표로 나가는 긴 여정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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