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급 제도는 현대 기업 보상체계의 핵심이자 임직원의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인건비를 경영 실적에 연동해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안전장치 역할도 수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목표성과급(TAI)과 초과이익분배금(OPI)이라는 이원화된 집단성과급 체계를 보편적으로 운용해 왔다.
29일 선고된 대법원의 삼성전자 퇴직금 관련 판결은 이러한 관행에 대전환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성과급을 일률적으로 임금(평균임금)이라 단정하지 않고, 그 구조와 성격에 따라 ‘임금성’을 정교하게 가려내야 한다는 데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목표성과급(TAI)과 초과이익분배금(OPI)의 운명을 명확히 갈랐다. 재판부는 TAI는 임금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 반면, OPI는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쟁점이 ‘집단에게 지급하느냐 개인에게 지급하느냐’가 아니라, 해당 금원이 실질적으로 ‘근로의 대가’로 기능하느냐에 있다는 사실이다.

대법원이 TAI의 임금성을 인정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①지급 기준과 산식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고, ②취업규칙 등 규범에 근거해 정기적으로 지급되었으며, ③평가 등 근로 제공과 밀접하게 연동되었다는 점이다.
반면 OPI에 대해서는 회사 전체의 경영 성과라는 사후적이고 우연적 요인에 좌우되기에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이는 하급심에서 혼란스럽게 전개되던 ‘임금형 성과급’과 ‘이익분배형 성과급’의 경계선을 대법원이 명확히 그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성과급의 임금성을 둘러싼 법원의 잣대는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2000년대 초반 개인성과급을 시작으로 2010년대 공공기관 집단성과급을 거쳐, 이제는 사기업의 거액 성과급까지 사법적 판단의 영역에 들어왔다.
현대해상, 한국유리 등 다수 기업의 성과급 관련 소송이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각 기업의 설계 구조나 지급 관행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이번 삼성전자 판결은 향후 유사 사건의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퇴직금뿐 아니라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휴업수당 등 각종 법정 수당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기업들에게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다”라는 단순한 방어 논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업들은 보상 체계의 목적과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근로 성과에 대한 보상인지, 영업이익의 사후 배분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고 이를 규정과 실제 운영 양면에서 일관되게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임금 체계의 변화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이슈를 수반하는 만큼, 제도 개편 시 노사 간 충분한 협의와 법적 요건 충족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국 이번 삼성전자 판결은 성과급이 단순한 ‘보너스’를 넘어 노동법적 ‘임금’의 영역으로 편입되었음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이제 기업은 성과급 제도를 형식적으로 규정하는 단계를 넘어, 정밀한 구조 분석과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생활임금’으로 자리 잡은 성과급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대한민국 기업들의 보상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조성기 노무법인 승 대표노무사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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