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글렌캐년은 그랜드캐년, 자이언캐년, 브라이스캐년, 킹스캐년 등과 함께 서부의 관광 명소로 꼽힌다. 콜로라도 강이 만들어낸 협곡에 멋진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200m 높이의 글렌캐년 댐이 만드어지면서. 이곳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인공호수 파월호가 조성됐다. 유타와 애리조나 주를 접하고 있는 파월호는 인근 거주민의 생명줄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후 변화에 의한 서부의 극심만 폭염과 가뭄이 파월호를 강타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파월호의 수위는 지난주 새로운 최저치 기록을 세웠다고 새너제이머큐리뉴스 등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다. 1960년대에 처음 호수가 채워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전 기록은 지난해 4월이었다.
현재 수위는 해발 1073.55m로 떨어졌다. 호수의 저수량은 22%에 불과하다. 오는 5월까지 인근 산에서 눈이 녹은 물이 흘러 내리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저수량은 계속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기온 상승과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환경으로 콜로라도 강으로 유입되는 물 공급이 크게 줄고 있다. 강물을 식수 및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인근 7개 주는 물 감소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향을 받는 주민이 무려 4000만 명에 달한다. 파월호를 만들어 낸 글렌캐년 댐의 수력 발전 능력도 위협받기는 마찬가지이다.
올 겨울 강한 눈과 폭우가 서부 지역을 강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기후과학자들은 지난 23년 동안 지속된 장기 가뭄의 심각성을 올겨울 일시적 폭우로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호수의 수위 하락은 글렌캐년 댐과 수력발전 터빈을 관리하는 국토개발국에도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최소 발전량 보장은 해발 1063.75m로 현재 몇m 남지 않았다. 그 이하가 되면 7개 주에 걸쳐 500만 명이 사용할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 수력 발전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027.17m가 되면 물이 더 이상 댐을 통과할 수 없게 된다. 발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발전’의 개념에 국한시킬 경우 ‘죽어버린 웅덩이’가 된다. 최소 발전량만 해도 공기방울이 터빈 등에 들어가 작은 공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으며 터빈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파월호의 수위를 지키기 위해 주정부와 수자원 보존 협정을 맺었다. 지난 2021년에는 댐 기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파월호 상류의 다른 저수지에서 긴급 방류도 실시했다. 방류는 2022년에도 계속됐다. 올겨울에는 협정의 일환으로 파월호에서 방출되는 물의 양을 줄였다. 이로 인해 약 30cm 정도의 수위 상승이 기대된다.
환경 옹호단체인 글렌캐년 연구소의 에릭 벌큰 소장은 정부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미 수력 발전이 불가능한 상태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협이 임박한 가운데 연방 정부는 2023년과 2024년 파월 호수에서 방출되는 물의 양을 줄이는 절차를 시작했다. 또 추가 환경 영향에 대한 조사와 함께 호수의 물을 사용하는 주정부에 고통 분담을 제안했다. 그 결과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6개 주가 향후 2년 동안 매년 150만 에이커 피트의 물을 보존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이 물의 양은 대략 미국 최대의 저수지인 미드호의 증발과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주의 하류 유역에서 누수된 양에 해당한다.
공급이 줄어드는 가혹한 현실과 수요를 줄이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환경운동가들은 파월호를 단계적으로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다. 파월호의 상류는 이미 호수가 아니다. 수위가 낮아져 강줄기처럼 가늘어졌다. 한때 물로 메꿔졌던 협곡에서 수십 년 동안 살지 못했던 동물과 식물들이 글렌 협곡으로 돌아오고 있다. 콜로라도 강을 활용하는 인근 주들은 글렌캐년 댐이 없고 파월호가 없는 미래를 상상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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