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루게릭 환자에 뇌 임플란트 시술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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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62단어 말하는 기록 세워

화면상의 문장을 루게릭 환자가 생각으로 읽으면 임플란트가 뉴런 신호를 해석해 환자의 말을 화면에 표시한다. 사진=스탠포드대 연구팀 보고서
화면상의 문장을 루게릭 환자가 생각으로 읽으면 임플란트가 뉴런 신호를 해석해 환자의 말을 화면에 표시한다. 사진=스탠포드대 연구팀 보고서

8년 전, 한 환자가 진행성 마비를 일으키는 루게릭병, 즉 ALS 때문에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 그녀는 소리는 낼 수 있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쓰기 보드나 아이패드같은 장치가 있어야 했다.

그녀는 최근 언어 소통을 위한 뇌 임플란트 시술을 지원했다. 임플란트 후 여성 환자는 "나는 집이 없다", "지금은 그냥 힘들다" 등의 문구들을 정상적인 언어에 가까운 속도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분당 62단어를 말하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 사실은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팀이 지난 주말 바이오 분야의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로 알려진 바이오알카이브(bioRxiv)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밝혀졌으며 이를 MIT테크놀로지리뷰가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실렸지만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증명되지 않은 주장일 수 있다는 의미다.

리뷰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 T12’로만 밝혀진 지원자가 뇌 판독 임플란트로 종래 최고치의 3배에 달하는 분당 62단어로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과거의 기록을 경신했다고 주장했다. UC 샌프란시스코 필립 세이브스 연구원은 이 결과를 "큰 돌파구를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하고 “실험적인 뇌 판독 기술이 곧 연구실 차원을 넘어서 상업적 제품이 될 준비를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이 사실이고 장치가 이미 준비돼 있다면 말을 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보통 1분에 약 160단어로 말한다. 키보드, 엄지손가락 타이핑, 그리고 인터넷 약어의 시대임에도, 음성은 인간과 인간의 의사소통의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다. 그리고 가장 빠르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수행된 이 연구는 지난 21일 프리프린트로 출간됐는데 공교롭게도 공동 집필자인 크리슈나 셰노이가 췌장암으로 같은 날 사망함에 따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 특별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셰노이는 뇌 인터페이스를 통해 의사소통의 속도를 향상시키는 데 자신의 모두를 바쳤다. 2019년에 셰노이는 한 지원자의 뇌에 임플란트해 당시로서는 기록적이었던 분당 18단어로 자신의 생각을 타이핑하는 데 성공했다.

셰노이 팀이 사용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움직임과 가장 관련이 있는 뇌 역역인 사람의 운동 피질에 내장된 작은 날카로운 전극 패드를 통해서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수십 개의 뉴런의 활동을 한 번에 기록할 수 있고, 마비된 사람이라도 어떤 움직임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패턴을 찾을 수 있다.

마비된 지원자들은 손동작을 하는 상상을 할 것을 요청받았다. 그들의 신경 신호를 실시간으로 해독함으로써, 화면의 커서를 조종하고, 가상 키보드에서 글자를 골라내며, 비디오 게임을 하고, 심지어 로봇 팔을 조종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운동 피질의 뉴런이 말에 대한 유용한 정보도 포함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실험 대상자 T12’가 말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임플란트를 거쳐 그녀의 입, 혀, 성대를 움직이도록 시도했다.

그리고 팀은 뉴런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이 환자가 말하려고 햤던 단어들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정보는 컴퓨터 화면으로 전달되었고, 컴퓨터가 말할 때 환자의 말이 나타났다.

사람은 입과 입술, 혀 등으로 공기를 밀어내고 진동을 더해 단어를 발음한다. 과거에는 지원자가 컴퓨터를 통해 말을 할 수 있도록 뇌 위에 장착된 전극을 사용했지만, 이번 연구는 임플란트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며 결과는 더욱 정확하고 속도도 3~4배 더 빨랐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 정교한 임플란트 및 인공지능과의 긴밀한 통합이다. 현재 시스템은 두 가지 유형의 기계 학습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스탠포드 팀은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반적으로 어떤 단어가 문장의 다음에 오는지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나’ 다음에는 ‘는’이 따라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논리다. 예측 단어가 추가될수록 구사하는 단어와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의 뇌 인터페이스 회사인 뉴럴링크와 패러드로믹스 등 스타트업들은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뉴런을 한 번에 기록할 수 있는 더 현대적인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기록할 수 있는 뉴런이 늘어날수록 언어구사 능력이나 속도 개선효과도 뛰어나다. 산학 협동에 의한 뇌 임플란트 기술이 언어장애를 치유할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세이브스 UC 샌프란시스코 연구원도 뉴럴링크에서 선임 과학자로 일했었다. 그는 "뉴럴링크와 같은 회사와 대학이 노력한다면 현실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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