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부진으로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눈덩이 이자 부담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을 정상화시킬 키맨은 누구일까?
얼핏 생각하면 기업의 대표이사(CEO)나 재무관리 담당임원(CFO)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이들은 구조조정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객관성을 놓치기 십상이다. 해외 사례 등을 종합한다면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은행 등 채권자가 구조조정과정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럼에도 국내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미국처럼 채권자들이 회생 기업에 신규자금을 활발히 지원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는 기업 회생 과정에서 절대우선의 원칙을 도입해 채권자들의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한국데이타평가와 함께 진행한 1612개 상장사의 지난해 3분기 재무상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상장사의 총자산은 39조원으로 증가했으나 총부채가 40조원으로 늘어 부채 증가액이 자산 증가액을 웃돌았다.
전년비 영업이익증가율은 마이너스(-) 7.2%, 이자비용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22.3% 증가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발생 이자 비용은 ▲1분기 2조6천억원, ▲2분기 3조원, ▲3분기 3조5천억원으로 분기마다 순이자부담이 4천억원∼5천억원씩 불어났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1∼3분기 10.6배에서 2022년 1∼3분기 8.0배로 떨어졌다.
외부 차입 증가로 전체 기업의 3분기 누적 부채비율(81.4%)과 차입금의존도(19.4%) 모두 1년전 같은 기간(각 74.2%·18.9%) 보다 증가했다. 특히 부채비율은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치다.
이에 따라 조만간 벼랑끝에 내몰릴 기업들이 늘면서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 관련 업무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글로벌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HMM 등 대기업들의 희망퇴직 또는 인력 전환배치 등 구조조정 관련 뉴스도 최근 잇따르고 있다. .
이와 관련해 한국금융연구원은〈기업구조조정에서 채권자 역할의 중요성과 시사점-미국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보고서는 효율적인 기업구조정을 위한 방안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선진화된 미국 구조조정 시장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미국 채권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참여하고 있다. 우선 채권자들은 부실 징후 기업 대출이 포함된 레버리지 론의 책임 조항을 통해 가업들의 무리한 투자를 제지하고, 비효율적인 공장을 폐쇄하는 등 기업가치 향상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기업 회생 제도인 챕터11을 적용받는 기업에 대해서도 채권자는 신규자금(DIP 금융지원) 제공을 통해 협상력을 높여 회생 계획안의 실질적인 내용을 정하고, 특별성과급을 지급하여 능력있는 기존 경영자들을 기업에 머물게 하는 등 기업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력 상환 의무 유지라는 조항이 기업 대출 계약서에 존재하나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못하면서 사문화된 조항으로 남아있다. 회생 기업에 신규자금 지원과 회생 관리인에 특별 보상금 지급도 가능하나 이 마저도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김석기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에서 채권자의 역할이 증대되려면 금융기관 내부 성과 체계를 개선하여 임직원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거래 기업의 부실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회생 기업과 관리자에게 신규자금 지원이나 보상금 등을 적절히 제공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과 같이 기존 채권자가 회생 기업에 신규자금을 활발히 지원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는 기업 회생 과정에서 절대우선의 원칙을 도입해 이들의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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