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가 이달 초 회사가치를 23억 달러로 평가받고 SPAC(기업인수특수목적회사)와 합병한 후 증시에 공식 상장했다. 트래비스 밴더잔든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기념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회사 공개과 함께 4억 1400만 달러가 유입됐으며, 이 중 20%를 신도시에서의 서비스 출시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의 연설과 버드의 향후 전략은 버드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버드의 경쟁업체 라임도 전환사채 발행과 대출로 5억 230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같은 날 발표했다. 경쟁 상대를 의식하고 맞불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달된 자금 중 일부는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인 전기 자전거 및 스쿠터 출시에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버드와 라임은 마이크로모빌리티 산업과 서비스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자전거와 스쿠터로 대표되는 마이크로모빌리티가 대중교통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고, 두 회사의 존재는 미미했다.
그러나 이제 두 회사의 움직임은 전 세계 스마트시티들이 지켜보고 있다. 대다수의 도시들이 이들의 솔루션을 도입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준비 단계이지만, 유럽과 미국의 여러 도시들이 마이크로모빌리티를 라스트마일을 담당할 대중교통의 한 축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이들과 연계된 교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모빌리티 산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맥킨지의 지난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기 스쿠터와 자전거가 도시에 교통수단으로 출시되기 시작한 이후,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약 120개의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 회사가 2010년 이후 총 90억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썼다. 시장은 2030년까지 현재 승차공유 시장의 3~4배에 해당하는 3000억~5000억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글 검색에서 나타난 마켓리서치퓨처의 별도 보고서에서도 마이크로모빌리티 산업은 2020년 350억 달러에서 2027년에는 2550억 달러로 7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쿠터와 자전거가 스마트시티에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선두 업계와 도시 공무원들의 지속적인 협력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스쿠터 출시 초창기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수 많은 사고를 유발했고, 혼란을 부추기는 악성 운행수단으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의 결과 많은 서비스 운영업체들이 시정부의 엄격한 규제 하에 운행하고 있다. 전기 자전거나 스쿠터를 운행할 수 있는 전용차선을 구축하거나 전용 거치대를 마련하고 있으며 운전자를 위한 각종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버드와 라임과 같은 소위 ‘잘 나가는’ 회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때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스킵은 지난 8월 파산신청을 했다. 소규모 운영회사들은 대기업들과의 경쟁에 밀려 문을 닫거나 합병됐다.
버드는 홈페이지에서 350개 이상의 전 세계 도시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밴더잔든은 "신도시로 확장하는 우리의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확언하면서 “모금된 돈의 약 3분의 2가 기존 도시에서의 사업 확장에 쓰일 것이며 20%는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이들이 마이크로모빌리티 정착을 판단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성공적이다. 많은 도시에서 마이크로모빌리티를 위한 기초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에 사업의 확장성도 긍정적이다. 자전거 도로를 추가하고 충전 도크를 확대하며 더 쉬운 활용이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서비스에서의 안정성을 높이면서 신흥 시장을 개척한다면 전 세계에서 자동차가 줄어드는 현상을 목격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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