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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민영화 리포트

③'끝' 성장 해법으로 떠오른 민간 자본…KAI 민영화의 기대와 쟁점은

민영화 필요론, 자금력·해외 영업 역량에 주목…KAI “투자 축소 없다” 완제기·부품 통합 효과 기대 속 경쟁 약화 우려…정부는 신중론 전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KAI “산업 발전 방향 중심 검토해야”

산업 |박재형 기자 | 입력 2026. 10. 26. 13:13
KAI.
KAI.

[편집자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는 오랜 논쟁거리다. 한화의 지분 확대로 민영화 논의가 다시 불붙었지만, 누가 인수할 것인가에 앞서 따져야 할 것은 KAI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다. 민영화의 근거로 거론되는 투자 확대와 책임경영도 회사의 실태에 비춰 검증해야 한다. 본지는 KAI가 축적해 온 기술과 사업 역량, 재무구조와 경영체제를 들여다본다. 이어 성장을 이끈 경쟁력과 도약을 막는 한계를 짚고, 민영화가 그 한계를 풀 해법인지 살펴본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를 놓고 민간기업의 자금력과 해외 영업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독점으로 인한 방산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현재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한화그룹의 경영 참여를 계기로 KAI의 성장 방식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의는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논쟁의 중심에는 KAI가 확보한 개발·양산 역량을 해외 수주와 경영 성과로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 민영화 필요론은 대형화를 통한 투자·사업 역량 확대에 무게를 둔다. 반면 회사 측은 완제기와 주요 부품 공급업체의 결합이 산업 전반의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KAI는 26일 스마트투데이에 투자와 장기 사업을 기존 체제에서도 추진하고 있다며, 매수 기업보다 항공우주산업의 발전 방향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방산업계 간 성장률 격차에 대형화 요구 나와

KAI 민영화 논쟁에서 최근 KAI와 다른 방산업체의 성장률을 비교한 분석이 주목을 받았다. 리더스인덱스 분석에 따르면 KAI의 2020~2025년 매출 증가율은 30.8%로 국내 주요 방산 5개사 가운데 가장 낮았다. 나머지 4개사의 평균 증가율은 200.9%였다.

이에 대해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KAI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형화와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경영 효율화 달성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는 체급을 키우고 몸집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성장률 차이만으로 지배구조의 영향을 가려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마다 제품 개발과 납품 시기가 다르고, 다른 회사를 인수해 매출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

KAI도 항공방산의 장기 사업 주기를 함께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 사정으로 인해 철회되거나 축소된 투자는 없으며, 사업 우선순위에 맞추어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 대주주가 없어서 필요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간 자본의 참여로 재무 여력을 높이는 방법은 신주 인수 등 별도의 자본 확충이나 사업 수익 증가가 해법으로 꼽힌다. 인수기업의 자금력과 함께 실제 출자 규모, 개발비 분담, 투자 일정이 재무 개선 효과를 좌우하는 셈이다.

다만 현재 수은이 지분 매각 계획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놓고 이러한 효과를 비교할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 역량 결합 기대…방위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도 제기

민영화 찬성론자들은 자금 조달에 더해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 역량 확대 가능성에 주목한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방산안보실장은 KAI가 항공기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민간기업의 마케팅과 투자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완제기와 엔진·항전장비 업체가 같은 기업집단에 속하면 개발과 생산, 해외 영업을 함께 조율할 수 있다는 기대다.

최기일 교수는 사업 결합을 통한 KAI의 수직계열화로 국제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의 주장을 전했다.

이에 KAI 측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김종출 KAI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화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의 문제를 묻는 질의에 “전반적인 항공우주산업 생태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한화와 일부 사업에서는 협력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경쟁하는 관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는 완제기 업체가 부품과 장비를 선정하는 과정을 보면 확연해진다. 계열사 제품을 우선 채택하게 될 경우 다른 공급업체의 참여 기회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엄 실장도 방산업계 독점과 관련한 지적을 두고 “그런 우려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사안”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방위산업은 정부의 통제와 규제를 받는 만큼 부작용을 관리할 수 있다고 봤다.

경영체제 변화 필요성…민영화와 동일한 결론은 아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의 KAI 인수 시도에 반대하는 집회를 지난 14일 청와대 앞에서 열었다. 사진=박재형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의 KAI 인수 시도에 반대하는 집회를 지난 14일 청와대 앞에서 열었다. 사진=박재형 기자

책임경영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경영 개선의 필요성과 민영화 여부는 구분된다. 최 교수는 대형화와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꼭 민영화가 능사가 아니”라면서도 KAI의 경영과 기업 구조에 “주요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영화를 변화의 수단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KAI는 항공기 개발·양산이 국가사업 절차에 따라 진행돼 경영진이 바뀌어도 사업이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미래 사업도 전문 임원들이 중장기 계획에 따라 추진해 경영진 교체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회사 및 노조 측은 변화 과정에서 개발 기반이 약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국내 주력 방산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생태계 축소와 전문인력 유출을 노조의 우려 사항으로 소개했다. KF-21 양산 전환 이후에도 후속 개발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핵심 인력과 생산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중론, 업계선 민간 역량 활용에 무게…KAI “매각 이슈 우려스럽다”

정부는 기업 통합의 이점과 경쟁 약화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기업 규모 확대에 따른 국제경쟁력 향상 가능성과 함께 정부의 사업 협상력, 공급망 위험,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KAI 민영화에 관한 정부 정책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은도 지난 20일 국감에서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용역이 민영화나 매각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향후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KAI 지분 매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매각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KAI의 추가 성장을 위해 외부 역량을 활용하는 변화에 중점을 뒀다. 민간기업의 마케팅·투자 경험을 통해 KAI의 역량을 강화하고, 대형화와 경영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

민영화에 따른 부작용을 관리하면서 민간의 투자·영업 역량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KAI가 축적한 개발 성과를 해외 수주와 수익으로 확대하려면 민간 자본 참여를 포함한 경영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KAI 관계자는 “KAI는 이미 민간회사이므로 민영화라는 용어보다는 1대 주주인 수출입은행, 즉 ‘정부지분매각’이 정확한 용어”라며 “매각 주체가 계획이 없는 상태이므로, 당사는 존재하지 않는 계획에 대해서 입장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정부 주도가 아닌, 매수에 관심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매각 이슈가 불거지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지분 매각 역시 정부 주도로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의 발전 방향’을 중심으로 검토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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