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우리는 정치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일터를 지키러 왔습니다.”
1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 경남 사천에서 올라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자들 앞에 선 김승구 노조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집회 시작과 함께 사회자의 선창에 “규탄한다”는 구호가 이어졌다. 노동조합 깃발이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와 경영참여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정부에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했다.
KAI 노조는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상경투쟁에 돌입했다. 전체 조합원 3800여명이 세 차례로 나눠 참여할 계획이다. 한화의 경영참여가 KAI의 독립성과 방산시장 경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알리고, 국정감사를 통해 관계기관의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매각 검토 없다더니”…18억원 컨설팅 배경 공개 요구
김 위원장은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추진하는 18억원 규모의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을 먼저 문제 삼았다. 노조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 5월 면담 당시 정부 차원에서 KAI 매각이나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한화가 KAI 지분을 확대하고 경영참여를 공식화한 시점에 수출입은행이 컨설팅을 추진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특히 KAI를 담당하는 투자금융부가 기업별 분석과 앵커기업 육성방안, 추진 로드맵, 재원조달 방안 등을 검토하는 배경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누가 결정했고 누구와 협의했고 무엇을 목적으로 시작했는지 KAI 노동자들 앞에 낱낱이 밝히라”며 “매각 계획은 없다면서 18억원짜리 컨설팅을 추진하는 수출입은행의 행보를 아무 의심 없이 믿고 지켜만 봐야 하겠느냐”고 말했다.
노조는 컨설팅이 KAI 매각이나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다면 수출입은행이 그 목적을 설명하고, 최대주주로서 독립경영을 지키겠다는 입장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해당 컨설팅이 KAI 매각을 위한 절차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정보 넘어간 뒤에는 늦어”…공정위 간이심사 비판
한화의 KAI 지분 취득을 간이심사로 승인한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판단만으로는 경영참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8월 31일 한화 계열사의 KAI 주식 취득 승인을 발표했다. 한화가 확보한 지분만으로는 KAI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향후 한화가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최다출자자가 되거나 KAI 임원의 3분의 1 이상 또는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기업결합 신고와 심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한화 측 인사가 KAI 이사회에 한 명이라도 들어와 주요 경영 현안과 사업전략을 논의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면 독립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번 넘어간 정보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며 “한 번 이루어진 의사결정도 되돌리기 어렵다. 왜 문제가 현실이 된 뒤에야 다시 심사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공정위가 자신들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 KAI 노동자들 앞에 와서 그 근거를 똑똑히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방위사업청에는 방산 독과점과 수직계열화에 대응할 대책을 촉구했다. 한화가 엔진과 항공전자, 무장, 우주 분야에 이어 완제기 체계종합업체인 KAI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 경쟁구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체할 업체가 부족해지면 가격과 납기, 품질에 문제가 생겨도 방사청의 사업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 지분 15.89%…국감서도 KAI 지배구조 쟁점
이번 집회는 한화의 KAI 경영참여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다뤄진 다음날 열렸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계열사를 통해 KAI 지분 총 15.89%를 확보한 2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수출입은행이다.
전날인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이용철 방사청장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국가안보와 국익을 중심으로 KAI 지배구조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인수에 따른 장단점이 공존하는 만큼 현시점에서 방향을 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청장은 사업관리 과정의 협상력과 공급망 위험, 방산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에 따른 국제 경쟁력 향상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AI 민영화에 관한 정부 정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