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6주기 추도식이 23일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에서 엄수됐다.
추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가족들을 비롯해 삼성 관계사 경영진들이 참석했고, 이들은 추도식 후 용인시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이건희 선대회장을 기렸다.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바로 선영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날 이건희 선대회장의 지난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회고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더라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며 양적 성장에 집중하던 경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삼성그룹 임직원에 지시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발언으로 상징되는 신경영은 제품의 품질 뿐 아니라 사람·조직·제도·기업문화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혁신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삼성은 생산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원인을 해결할 때까지 생산라인을 멈추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했다. 특히 1995년 경북 구미사업장에서 실시한 불량제품 화형식은 품질경영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한국 기업사에 남았다.
삼성은 이 때 품질 기준에 미달한 휴대전화 등 약 500억원 규모의 제품을 폐기하며 불량제품은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는 원칙을 조직 전체에 각인시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은 기술개발과 인재육성, 제품 생산에 이르는 경영 전반의 기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세계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과 세계 1위 반도체 제조사 삼성전자를 낳은 이 선대회장의 반도체 도전이 1974년 자금난에 빠진 한국반도체에 개인재산을 투자하면서 시작됐다는 점도 회자된다.
당시 국내 전자산업은 핵심 부품을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었고, 1차 오일쇼크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도 구조조정에 나서던 시기였다.
삼성 내부에서도 사업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이 선대회장은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선진국과 경쟁하려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983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선언을 계기로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통상 18개월 이상 걸리던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건설하고, 같은 해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며 선진업체와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이어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했고, 1993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에 올라섰다. 반도체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지 약 20년 만에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 선대회장은 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할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1990년 도입한 지역전문가 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해외에서 언어와 문화, 시장을 익히도록 지원했다. 국적과 출신보다 역량을 중시하고, 교육을 기업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로 바라봤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문화예술 분야에 그가 남긴 유산은 미술품 기증 사례가 꼽힌다. 유족들은 2021년 이 선대회장이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 국내외 근현대미술 작품 등이 공공 소장품이 됐으며, 삼성에 따르면 국내 순회전 누적 관람객은 350만명을 넘어섰다.
KH 컬렉션 해외 순회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을 시작으로 올해 시카고를 거쳐 이달 1일 영국박물관에서 전시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별도 발표를 통해 영국박물관 전시가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 선대회장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은 유족들의 기증을 통해 세계에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자산으로 거듭났으며,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과 국가의 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선대회장은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창업회장 별세 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른 뒤 삼성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여간 병석에 있다가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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