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국내 지방은행들이 합병 없이도 인공지능(AI), 자금세탁방지(AML), 이상금융거래탐지(FDS) 등 디지털 인프라를 공동 구축해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이 각자 비슷한 시스템에 투자하기보다 기존 공동정보망을 확대하면 ‘합병 없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지난 26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일본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지방은행은 저출산과 인구 감소, 수도권으로의 인구·경제력 집중, 지방 전통산업 쇠퇴 등으로 영업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규모 면에서 크게 뒤처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금융연구원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사례로 일본의 ‘쓰바사 얼라이언스’를 제시했다. 쓰바사 얼라이언스는 지방은행들이 합병하거나 지분을 교환하지 않고 각자의 소유구조를 유지한 채 전산시스템과 AML, 백오피스 등을 공동 운영하는 협력 모델이다. 공동 뱅킹 애플리케이션과 API 플랫폼을 관리하고 AI 대출심사 모델과 데이터 분석도 함께 개발한다.

이 모델은 합병과 달리 각 은행의 법인과 브랜드, 지역 기반을 유지하면서 비용이 많이 드는 후선 인프라를 나눠 쓰는 게 특징이다. 금융연구원은 이 같은 방식이 서로 다른 금융지주회사에 속해 있어 합병이 쉽지 않은 국내 지방은행에도 적용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국내에도 비슷한 출발점은 이미 있다. 지방은행들은 1997년부터 공동 개발한 ‘지방은행 공동정보망’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지방은행의 점포망을 연결해 입출금과 송금 등을 지원하는 구조다.
다만 금융연구원은 현재 협력 범위가 CD·송금망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금융연구원은 기존 공동정보망을 공동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뱅킹시스템과 백오피스 공동 자회사, AML·FDS 공동 대응센터, ESG 공동 인프라, 디지털금융 전문 합작회사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UI·UX와 보안모듈, 인증시스템 등을 공동 개발한 뒤 각 은행이 활용하는 구조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를 중심으로 지방금융지주의 AI·IT 투자 여력 부족 문제는 제기된 바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에 합병 검토를 요구하면서 부산·경남·전북·광주은행에 IT·데이터·보안·AI 인프라가 각각 구축돼 있어 투자 효율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얼라인 자료에 따르면 JB금융과 BNK금융의 관련 투자 규모 합계는 2119억원으로 시중은행 금융지주 평균 6042억원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얼라인은 두 지주의 합병을 통해 중복 인프라를 통합하고 AI 투자 여력을 키우자는 해법을 제시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요구한 합병 타당성 검토안은 각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반면 금융연구원이 제시한 방향은 합병 없이도 디지털 인프라를 공동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일본 지방은행은 공동 출자 방식으로 디지털 투자비를 분담하고 있다. 여러 지방은행이 출자한 핀크로스 디지털은 뱅킹 앱과 대출심사 알고리즘, 업무 프로세스 등을 공동 개발한다. 각 은행이 같은 시스템을 따로 만드는 대신 개발비를 나누고 결과물을 함께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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