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우세현 기자| 미국이 전 세계 기업에게 이란과 미국 중 하나를 고르라는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과 거래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할 지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행정명령 13902에 근거해 이란 경제의 다섯 분야를 제재 대상 분야로 지정했다. 해운, 항공, 기술, 금, 디지털자산이다. 이 분야에서 영업하는 곳이라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어디에 있든 제재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시에 각국 정부에 이란과의 거래를 끊을 시한을 통보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제재가 외국 기업에게까지 미칠 수 있는 이유는 달러에 있다. 국제 무역 대금은 대부분 달러로 오간다. 그리고 많은 국제 달러 결제는 미국 청산망이나 미국 은행의 환거래계좌에 의존한다. 제재를 받으면 그 통로가 막힌다. 원유를 사든 부품을 팔든, 정상적인 국제결제로 대금을 주고받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 방식은 2017년 대북 제재와 구조가 같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행정명령 13810에 서명한 사실을 알리며 "외국 은행은 분명한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거래하든가, 북한과의 교역을 돕든가 둘 중 하나라는 뜻이었다.
이란을 고립시키는 정책
이번 정책의 핵심은 '제재의 범위'에 있다. 특정 분야에 몸담았다는 이유만으로 제재하는 방식 자체는 새롭지 않다. 행정명령 13902는 2020년 1월 발동 당시 건설·광업·제조·섬유를 지정했고, 그해 10월 금융, 2024년 10월 석유·석유화학이 더해졌다. 여기에 이번 다섯 분야가 붙으면서 이란 경제의 주요 부문이 사실상 모두 지정 대상이 됐다.
달라진 것은 제재를 걸 수 있는 근거의 폭이다. 이란의 항공사에 부품을 대거나, 이란산 금을 중개하거나, 이란 암호화폐 거래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제재할 근거가 한층 넓어졌다. 이런 활동도 그동안 귀금속·에너지 제재, 수출통제, 기존 제재 대상자 지원 등 다른 근거로 제재할 수는 있었다. 이제는 해당 분야에서 영업한다는 사실 자체가 지정 사유가 된다. 이렇게 이란과 거래한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방식을 2차 제재라고 부른다.
이번 발표에는 분야 지정만 담긴 것이 아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같은 날 개인과 기업, 선박 60곳 가까이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란으로의 일부 송금과 학술 교류·교육 서비스, 스포츠 교류를 허용해온 일반허가도 정지됐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의 제재 위험을 알리는 별도 지침도 나왔다.
다만 곧바로 제재를 가하는 방식은 아니다. 각국에는 시한 안에 이란 관련 거래를 정리하라고 통보했지만, 그 시한이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정지된 일반허가에 딸린 기존 거래는 9월 8일까지 정리하도록 했다. 기업이 확인해야 할 범위는 그만큼 늘었다. 거래 상대가 제재 명단에 있는지 대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
목표는 국제사회에서 이란을 혼자 남기는 것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번 작전이 "이 폭정 체제를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선을 끊는 것"을 노린다고 밝혔다. 작전 이름도 '경제적 추방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이다. 더 직관적으로는 '경제적 왕따 작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는 쪽은 중국이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23년 이란산 원유 수출의 90% 가까이가 중국으로 향했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 은행을 겨냥할 것이냐는 질문에 "누구도 미국 제재가 닿지 않는 곳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효과는 어떨까? 중국이라는 시험대
이번 조치는 개전 6개월째에 나왔다. 미군의 대이란 공격은 2월 28일 시작됐고, 6월 양해각서로 만들어진 60일 협상 시한은 지난 17일 최종 합의 없이 끝났다. 군사적으로 결판이 나지 않자 전선을 경제로 옮긴 셈이다.
문제는 쓸 수 있는 카드를 이미 대부분 썼다는 점이다. 이란 핵협상에 참여했던 앨런 아이어 전 미 국무부 외교관은 "낮은 가지의 열매도, 중간 것도, 높은 것도, 나무까지" 이미 다 땄다며 새 제재의 실효성에 회의적이라고 NPR에 말했다.
결국 시험대는 중국이다. 다른 나라를 아무리 압박해도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란은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명단에 중국 대형 은행은 빠졌다. 외국 거래 상대에게 왜 즉시 2차 제재를 부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베센트 장관은 "내가 왜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폭파하고 싶겠느냐"고 답했다.
강하게 때리기 어려운 이유는 미중 관계에 있다. 미중은 지난해 무역전쟁을 치른 뒤 불안한 휴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가 그 휴전을 떠받치는 고리이고, 9월 24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가 예정돼 있다. 베다파트너스의 헨리에타 트레이즈 경제정책리서치 디렉터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할 경우 9월 정상회담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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