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대매매 잔혹사 딛고… 코스닥 수급 물꼬 트는 K-바이오

섣부른 레버리지 도입과 늑장 규제가 키운 수급 왜곡, 개미들 반대매매 눈물로 청산 36% 비중 바이오 패시브 수급 물꼬… 펀더멘털 평가받도록 촘촘한 제도 보완 시급

기자수첩 |김나연 기자 | 입력 2026. 08. 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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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지난 10일 코스닥 시장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하고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코스피를 아웃퍼폼하는 반등 랠리가 펼쳐지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4월 말 고점을 찍은 이후 7월 말 저점까지 단 3개월 만에 지수가 고점 대비 무려 47.4% 폭락하며 반토막에 가까운 참사를 겪었고, 코스닥 시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기업 펀더멘털의 훼손과 무관한, 설명할 수 없는 비이성적 급락이었다.

지난 수개월간 나타난 코스닥 지수의 급락과 거래대금 고갈은 금융당국이 실효성 있는 안전장치 없이 서둘러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서 비롯됐다. 투기성 파생상품이 현물 시장의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증시 전체의 수급 구조가 기형적으로 왜곡되었다. 여기에 원화 약세 수혜와 미국의 공급망 재건 설비투자 수요가 반도체, 기계, 조선 등 코스피 주력 수출 업종으로 쏠린 반면, 고금리 장기화 부담을 안은 코스닥 중소형주와 성장주들은 이익 모멘텀 측면에서 철저히 소외당했다.

수치가 증시의 파행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코스닥 지수가 1200선 안팎에서 등락하던 지난 5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5.6조원이었으나, 수급 왜곡이 극에 달한 7월에는 6.1조원 수준으로 줄어들며 약 3분의 1 토막이 났다. 반면 7월 한 달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2.3조원에 달했다. 현물 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무려 2배에 육박하는 유동성이 단 16개의 투기성 상품으로 쏠리면서, 파생상품이 현물 시장을 흔드는 왝더독 현상이 코스닥을 집어삼켰다.

상반기 상승장에 쌓였던 대규모 빚 베팅은 하락장에서 거대한 폭탄으로 작용했다. 6월 기준 국내 전체 신용융자와 대주 잔고는 42조원까지 불어난 상태였다. 빚을 내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 정해진 담보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충당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자금 회수를 위해 다음 날 아침 장이 열리자마자 시장가로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를 집행한다.

문제는 아침마다 무더기로 쏟아진 강제 매도 물량이 주가를 다시 폭락시키고, 이 추가 하락이 전날까지 간신히 버티던 다른 투자자들의 담보마저 무너뜨리며 다음 날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르는 도미노 현상을 낳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주가 하락, 담보 부족, 강제 매도, 추가 폭락으로 연결된 반대매매의 악순환이 이어지며 코스닥은 기업의 기초체력과 상관없이 비이성적인 급락을 거듭했다.

시장에 충격이 누적된 후에야 금융당국은 뒤늦게 규제 카드를 꺼냈다. 7월 31일 기본예탁금 상향 등 규제 조치가 전격 단행되면서 투기성 자금의 유입 통로가 차단되었고, 그 결과 거래 양상은 즉시 변화를 보였다. 규제 당일 3.2조 원이었던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8월 초 일평균 1.0조 원 수준으로 급감하며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28.9%에 달했던 레버리지 및 곱버스 거래 비중도 각각 5.9%와 4.5%로 낮아지며 왜곡되었던 수급 환경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다만 이 수급 안정은 당국의 선제적 관리 덕분이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이 참혹한 손절매와 반대매매의 손실을 전적으로 떠안은 뒤에야 얻어진 결과였다. 늑장 대응 속에서 무차별적인 강제 청산이 시장을 쓸고 간 후에야 마침내 수급의 악성 레버리지가 털어졌다.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4월 말 고점이었던 11.05조원 대비 47.2% 급감한 5.83조원까지 줄어들었고, 증시 전체 잔고 역시 42조원에서 29조원으로 축소되며 시장을 압박하던 추가 매도 전이 위험이 소멸했다. 억지로 쏟아져 나오던 반대매매 대기 물량이 청산되면서 하방 리스크가 대폭 낮아졌고, 소량의 매수세만 유입되어도 주가가 위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수급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와 함께 단일종목 ETF의 순설정이 줄어드는 대신 코스닥 지수 관련 ETF로 자금이 환류하고, 부동산 세제 개편에 따른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조짐이 더해지며 수급의 기초체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급 왜곡의 피해는 제약바이오 섹터에 집중됐다.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바탕으로 미국 바이오텍 대표 ETF인 XBI가 2025년 5월 말 이후 13억 달러의 자금 유입을 기록하며 96.2% 폭등하는 동안, 국내 제약바이오는 철저한 탈동조화를 겪었다. 한미약품이 6월 말 소네페글루타이드 기술이전으로 선급금 1129억원을 수령하고 오스코텍이 연구 성과를 입증했음에도 주가는 바닥을 기었다. 알테오젠 역시 하이알루로니다제 복제약 관련 우려가 해소되었음에도 수급 경색에 묶여 과매도 구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수준의 기술이전 성과와 실적 모멘텀이라는 기업의 본질 가치가 투기성 수급 왜곡에 짓눌린 비이성적 결과였으나, 이 과매도 상태는 수급 족쇄가 풀리는 순간 강력하게 튀어 오를 반등 에너지를 축적하는 계기가 되었다.

증권가에서는 수급 족쇄가 해소된 바이오 섹터를 코스닥 지수 정상화를 이끌 핵심 동력으로 꼽고 있다. 코스닥 150 지수 내에서 헬스케어 비중이 약 36%에 달하는 구조적 특성상, 단일종목 레버리지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지수 추종형 패시브 자금으로 유입될 때 그 자금의 36%가 바이오 대형주로 기계적으로 분산 매수된다는 분석이다. 이는 개별 바이오 섹터 ETF의 자금 유입 규모를 뛰어넘는 강력한 수급적 뒷배가 된다는 평가다. 여기에 개별 기업들의 굵직한 호재가 더해지며 기관의 적극적인 저가 매수가 유입되는 흐름도 포착된다.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의 알테오젠 지분 5% 이상 보유 공시로 알테오젠 주가가 하루 만에 16.2% 급등한 데 이어 최대 5219억 원 규모의 독점 SC 제형 기술수출이 성사되었고, 보로노이의 VRN11 캐나다 임상 신청과 에스티팜의 역대 최대 수주잔고(5308억원) 기반 실적 전망이 가시화되면서 투신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알파 베팅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책적 환경 변화와 제도 개선 역시 우량 바이오텍으로의 수급 압축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7년 시행 예정인 코스닥 승강제를 앞두고 우량 프리미엄 세그먼트 선별 기준 발표가 임박함에 따라, 임상 1상 이상의 복수 파이프라인과 글로벌 기술이전 실적을 갖춘 우량 기업(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에스티팜, 에이비엘바이오, 올릭스, 동국제약, HK이노엔 등)에 대한 선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이 기술이전 계약 시 선급금, 마일스톤, 로열티를 구분해 상세 공개하도록 공시 가이드라인을 개편한 점도 검증된 기업으로 수급이 집중되는 필터 역할을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과거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우위를 점했던 시기(2004년, 2018년, 2023년)의 공통 조건인 유동성 개선, 코스피 주도주 공백, 활성화 정책, 돈 버는 주도 산업 등장이라는 역사적 조건과도 정확히 일치한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전통적 비수기인 3분기를 지나 9월 최신초록 통보와 10월 23일 유럽종양학회(ESMO)로 이어지는 학회 모멘텀을 감안해, 펀더멘털을 갖춘 바이오주 중심의 비중 확대 전략이 하반기 시장 대응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섣부른 제도 도입과 뒤늦은 규제 대응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혹한 손실을 남겼다. 뼈아픈 강제 청산 끝에 비이성적 변동성이 걷히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증명해 낸 K-바이오 기업들이 비로소 펀더멘털을 평가받으며 코스닥의 정상화를 이끌고 있다.

이제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투기 자극성 제도 실험이 아니다. 투기성 상품으로 변동성을 키운 뒤 시장이 무너진 후에야 뒤늦게 메스를 대는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무차별적 반대매매로 빚어진 시장 폭락을 경계표 삼아, K-바이오의 실질적 사업 성과가 왜곡 없이 주가에 반영되도록 촘촘한 제도 보완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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