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김나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통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의 경쟁축을 생산규모에서 모달리티와 지역으로 넓히는 데 나섰다. 기존 강점이 대규모 동물세포 배양능력이었다면 인수 이후에는 합성 펩타이드 원료의약품과 유럽·미국·인도 생산망이 추가된다. 이번 M&A는 세계 최대 수준의 항체 생산능력을 보유한 사업자에서 여러 의약품 유형과 지역을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인수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장 지위는 생산능력으로 가장 확실하게 설명됐다. 송도 바이오캠퍼스 I·II의 생산능력은 78만5000리터였고, 미국 록빌 공장 6만리터를 합치면 글로벌 생산능력은 84만5000리터로 늘었다. 회사는 30만리터 이상 생산능력을 보유한 주요 CDMO 가운데 보고서 제출일 기준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비교 대상에는 론자, 우시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바이오테크놀로지스가 포함됐다.
다만 84만5000리터는 동물세포 기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중항체, 융합단백질, 항체약물접합체(ADC),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지만 생산기반의 중심은 여전히 한국과 항체의약품이었다. 해외 거점도 미국 록빌 생산시설과 뉴저지 영업조직, 일본 도쿄 세일즈오피스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는 이 구조에 합성화학 기반의 별도 생산기술과 다지역 공장망을 더하는 M&A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유럽·미국·인도에 6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인증 생산시설을 운영했다. 70년 이상의 펩타이드 생산 경험과 고객사를 위해 1000종이 넘는 치료용 펩타이드를 제조한 이력을 보유했다. 스웨덴 말뫼, 벨기에 브렌랄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미국 토런스·샌디에이고, 인도 암베르나트가 폴리펩타이드그룹의 주요 거점이다.
84.5만리터 밖으로 넓어지는 경쟁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리터 기준은 세포배양 설비를 나타내지만, 폴리펩타이드그룹은 고상 펩타이드 합성(SPPS) 설비와 정제능력, 배치 규모, 수율 등으로 역량을 평가한다. 인수 이후 84만5000리터라는 기존 수치가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할 수 있는 의약품 유형은 늘어난다. 경쟁력의 기준이 단일 생산규모에서 모달리티 조합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지리적 구도도 달라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과 미국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보유했지만,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통해 유럽 3곳과 인도 1곳, 미국 2곳의 펩타이드 생산망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유럽과 인도는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직접 생산기반이 제한적이었던 지역이다. 현지 생산거점은 고객과의 거리뿐 아니라 공급망 지역화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펩타이드, 특히 GLP-1으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공식 발표에서도 미국·유럽·인도에서 고객과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제시했다. 기존 영업거점 중심의 해외 네트워크가 생산과 개발 기능을 갖춘 네트워크로 바뀐다는 의미다.
서비스 범위도 앞단으로 넓어졌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전임상 연구에서 임상 1~3상, 상업생산까지 이어지는 ‘스타트 히어, 스테이 히어(Start Here, Stay Here)’ 모델을 운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후보물질 발굴 후기부터 상업생산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양사의 역량이 연결되면 한 고객에게 항체와 펩타이드를 별도로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개발단계별 서비스를 조합할 수 있게 된다.
경쟁사와의 비교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에는 론자, 우시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바이오테크놀로지스와 대형 동물세포 생산능력을 중심으로 비교됐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 이후에는 생산규모뿐 아니라 항체·ADC·mRNA·펩타이드 제공 여부와 글로벌 거점 분포가 비교항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펩타이드 CDMO 시장은 별도의 기술·고객 구조를 갖고 있어 이번 인수만으로 종합 시장점유율이나 순위가 즉시 상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멀티모달리티 CDMO는 통합에서 완성
통합 과정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운영 표준화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회사는 표준화된 설계, 통합 공정, 디지털화를 묶은 엑설런스(ExellenS) 체계를 생산 네트워크에 적용해 공장 간 동등성과 제조 연속성을 확보해왔다. 폴리펩타이드그룹도 모듈형 SPPS 설비와 공정집약화, 자동화를 성장전략으로 추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폴리펩타이드의 전문인력과 업계 선도 역량, 고객 기반을 높이 평가했으며 양사의 상호보완적 강점을 활용해 고객 지원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기 비용절감보다 기술과 고객을 유지하면서 공동 수주기회를 만드는 데 통합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생산거점 통합도 단순한 시스템 연결로 끝나지 않는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공장별 전문화를 추진하면서 프로젝트 이전 때 기술이전, 규제문서 변경,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객 의약품의 제조소나 공정이 바뀌면 추가 승인과 검증이 요구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통합 속도를 높이면서도 기존 납기와 품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고객 신뢰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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