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지분 확대

한화發 민영화론 재점화, KAI 글로벌 도약 해법 될까

한화, KAI 지분 9.04% 확보…‘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 속도 KAI, T-50 美 진출 제동·KF-21 이후 전략 공백에 책임경영 필요성 부각 민영화, 노조 반대·독과점 우려 변수…지배구조 개편 키는 정부 손에

산업 |박재형 기자 | 입력 2026. 06. 18. 17:43
[세줄요약]
  • 한화가 KAI 지분을 끌어모으며 시장에서 민영화 논의가 떠오르고 있다.
  • 업계에서는 글로벌 방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KAI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KAI 민영화는 노조 반대와 정부 매각 의지가 변수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한화그룹이 최근 KAI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서자, 시장에서 KAI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KAI 민영화 추진 가능성과 필요성의 핵심 근거로 방산 수출 경쟁력 강화, 책임경영 체제 확립, 의사결정 속도 개선 등이 거론된다. 동시에 KAI 민영화 키(Key)가 최대주주 국책은행의 의사결정권을 좌지우지할 정부의 의지에 달린 만큼, 향후 이재명정부가 KAI 지배구조 개편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화가 쏘아 올린 KAI 민영화 이슈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KAI 지분을 추가 확보하며 지상·해상·항공·우주 역량을 통합하는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6일 KAI 지분 6.50%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한화시스템은 KAI 지분율을 1.53%까지 늘렸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보유한 지분 1.01%를 더하면 한화그룹이 가진 KAI 지분은 총 9.04%다. 이에 한화는 국민연금을 제치고 KAI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한화는 최근 올해 연말까지 KAI 지분을 9.97% 확보하기로 결의했으며, 계획대로 지분을 사들일 경우 그룹의 KAI 지분은 12.51%까지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한화의 KAI 지분 확대 속도전이 향후 KAI 민영화 가능성에 대비해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KAI 민영화 및 지배구조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방산 시장 경쟁구도 급변...통합화와 대형화가 핵심

한화의 지분 확대를 계기로 KAI 민영화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흐름이 통합화와 대형화에 있다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체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과 우주발사체, 한화시스템의 레이더 및 항공전자, 한화오션의 해양 방산 역량에 더해 KAI의 항공우주 및 완제기 개발 역량까지 더해지면 한화그룹은 지상·해상·항공에 우주까지 아우르는 방산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하다. 글로벌 방산 시장이 ‘통합 패키지 솔루션’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한화의 이 같은 움직임은 K-방산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러한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시장 상황은 KAI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종합업체다. KF-21 양산, 무인기, 위성, 항공전자, 항공기 유지·보수·정비(MRO)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과거 국내 군 전력 확보 중심의 기업에서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중이다.

문제는 커진 체급에 맞는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경영 체제가 KAI 내부에서 뒷받침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KAI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지배구조상 정부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뤄진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평가 받은 경영진이 임명된 적이 많았고, 이로 인한 경영 공백 및 전문성 부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이는 글로벌 수주 경쟁과 대규모 투자, 현지화 전략이 필요한 국면에서 조직의 민첩성을 떨어뜨리는 약점으로 지적됐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AI 사장이 2~3년 단위로 바뀌어 장기 목표를 세울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수출 문턱서 드러난 한계…“KAI, 민간 중심 책임경영 필요”

이 같은 지배구조의 한계는 KAI의 고등훈련기 T-50 계열 미국 진출 무산과 맞물려 다시 회자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T-50 골든 이글. KAI 홈페이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T-50 골든 이글. KAI 홈페이지

KAI와 록히드마틴은 미 해군 차세대 고등훈련기(UJTS) 사업에 TF-50N을 앞세워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지난 4월 록히드마틴이 입찰 불참을 결정하면서 T-50의 미국 시장 진출은 제동이 걸렸다.

UJTS는 미 해군의 노후 훈련기 T-45 ‘고스호크’(Goshawk)를 신형 훈련기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미 해군은 최대 216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바이아메리칸법(BAA) 강화가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고 본다.

미국산 부품 비중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에서 기체를 제작해 납품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가격 경쟁력과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

이에 따라 KAI가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경쟁력을 넘어 현지 생산, 최종조립, MRO 거점 구축 등 과감한 현지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지배구조와 투자 역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 이후의 성장 전략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산업계에서는 전투기 개발 주기를 고려하면 KF-21의 후속 플랫폼이나 차세대 사업 구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정권 변화에 민감하고, 단기 임기 중심적인 KAI 경영 체제에서는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전략 수립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KAI가 민영화 되어 적극적인 투자와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국방안보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기술력 개발, 우수한 제품 개발을 위해서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다만 정부는 해당 부분에서 제약받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정부가 대주주로 있기 보다는 더 큰 민간 대기업이 대주주가 되면 그 기업을 위해서 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KAI 노조는 민영화 ‘반대’…정부 결단은?

KAI 민영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회사 내부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 보인다.

KAI 노조는 기본적으로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KAI 노조 관계자는 스마트투데이에 KAI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불안감과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 조합원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조합원들이 매각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니다”라며 “돈이 되거나 필요한 사업만 키우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회사에 넘겨버리는 경우나 독과점 문제, 독립성 훼손 문제 등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화가 KAI를 인수하면 독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신경써야 한다.

이렇듯 KAI 민영화가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민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여러 변수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결국 KAI의 최대주주는 지분 약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인 만큼, 실제 매각이나 지배구조 개편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이 먼저라는 평가다.

이에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외부로부터의 혁신과 지원이 있어야 하고, 현재로서는 대기업으로의 인수합병이 합리적인 옵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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