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지분 확대

‘통합 방산 기업’ 승부수... 글로벌 방산 대형화 흐름 속 ‘주목’

한화, KAI 2대 주주 올라…경영 참여 목적 공시 독점 논란 제한적…지상·해양·항공·우주 시너지 기대 글로벌 방산 시장 ‘통합화’·’대형화’가 핵심

산업 |박재형 기자 | 입력 2026. 06. 17. 15:47
[세줄요약]
  • 한화가 KAI 지분 9.04%를 확보해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 글로벌 방산 시장은 대형화와 통합화가 핵심으로 꼽힌다
  • K-방산도 통합화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확대하며 국내 방위산업 재편의 중심에 섰다.

한화와 KAI의 협력이 본격화할 경우 국내 방산 산업의 경쟁 구도가 지상·해양·항공·우주를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서 독점 우려가 제기되지만, 양사의 주력 사업 영역이 다른 만큼 시너지 효과가 크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K-방산'의 체급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화, KAI 지분 9.04% 확보…2대 주주로 올라서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KAI 지분 9.04%를 확보해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이 회사 2대 주주에 올랐다.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연합뉴스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6일 지분 매입을 통해 6.50%를 확보했고, 한화시스템이 지분율을 1.53%로 끌어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는 지분 1.01%를 보유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분율을 9.97%로 높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12.51%로 확대된다.

앞서 한화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 공시한 바 있다. 당시 한화는 KAI 지분 확대 목적이 "한국 안보 증진 및 우주·항공 분야 수출 경쟁력 강화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한화의 행보에 대해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한화가 KAI 경영권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히면서 지분을 높이고 있다. 이에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 공룡’ 우려에도…한화-KAI, 상호 보완적 관계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두고 일각에서 독점 우려도 제기된다.

한화가 KAI 인수에 나설 경우 지상, 해양, 항공, 우주를 모두 아우르는 이른바 '방산 공룡'이 탄생하고, 부품·체계 분야에서 시장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사업 구조를 고려하면 독점보다 상호 보완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는 지상·해양 방산, KAI는 항공 방산이 주력이다. 두 회사가 직접 겹치는 시장은 제한적이고, 오히려 무기체계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관계에 가깝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연합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연합뉴스

최기일 교수도 "한화와 KAI는 사업 영역이 겹치는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양사 결합 시 연구개발(R&D)·설계 협력, 생산설비 통합관리, 비용 절감 등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화는 30년 이상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우주 발사체, 지상방산 등의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사업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이면서 위성 개발 및 공중전투체계 등의 각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어서다.

글로벌 방산 시장서 살아남으려면 ‘체급’ 키워야

방산업체 간 결합을 국내 독과점 프레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 모두 수출 비중이 50%를 넘어서며 주 무대가 국내에서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경쟁 상대도 국내 기업이 아니라 미국, 중국은 물론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 스웨덴 SAAB, 노르웨이 콩스버그,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같은 주요국의 대형 방산업체들이다.

즉, 한화와 KAI 결합은 국내 시장의 파이를 나누는 문제가 아닌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체급을 갖추는 문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 기업과 독일, 이탈리아 기업들은 손을 잡으며 '초국가적 대형화'를 지향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는 이미 메가 본드(Mega-bond) 단계인데, 한국만 국내 독점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힌다면 이는 K-방산의 손발을 자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경쟁자들은 이미 국내 경쟁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글로벌 생존을 위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가령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은 것은 그들이 국내 1, 2위라서가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대적할 '체급'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독점 논란에 매몰되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동안 이미 거대화된 유럽과 미국의 공룡들이 글로벌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여 비집고 들어갈 틈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산물자를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물자는 정부 승인, 원가 검증, 계약 관리 등 강한 감독 체계가 작동하기 때문.

방산 시장 패러다임 ’대형화’ 및 ’통합화’가 핵심

이렇듯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의 파이를 누가 더 가져가느냐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K-방산이 통합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로 보인다.

방산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방산 시장은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경제 안보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하며 경쟁이 극도로 과열된 상태다.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우리도 '통합 패키지 솔루션'을 위한 사업 영역 확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방산 산업은 이미 통합과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편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 항공우주 및 방산 기업 에어버스다.

이 회사는 1970년 유럽 주요국의 컨소시엄으로 출발한 뒤 2000년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으로 재편되며 거대 통합 항공·방산 기업의 틀을 갖췄다.

당시 유럽은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 등 미국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 단위로는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유럽은 국내 경쟁보다 대륙 단위의 역량 결집을 택했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미국 항공·방산 패권에 맞설 체급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에어버스는 이후 민항기와 방산·우주 분야를 연계하며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했다.

한화와 KAI 협력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지상·해양·우주 역량과 KAI의 항공 플랫폼 역량이 결합하면 한국형 통합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규모를 키워 확보한 자본력과 투자가 뒷받침되어야만 6세대 전투기 등 미래 전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기일 교수는 "전 세계 글로벌 방산 시장 트렌드는 '대형화'와 '통합화'가 핵심이다. 결국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서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다만 방산 시장에서의 대형화와 통합화는 신중해야 한다. 이는 자율적 시장 기능에 의해서 결정할 일이지 정부 주도로 하려는 등의 시도를 하는 순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언어 선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