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억원 관세 부담 우려"…항공업계, 부품 관세 면제 '근본 해법' 촉구

항공기 부품 관세, 관세법 89조로 한시적 면제받아 김광옥 교수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이 중요

산업 |박재형 기자 | 입력 2026. 05. 28. 14:27
[세줄요약]
  • 항공업계는 부품 관세 면제의 근본 해법을 요구한다
  • FTA를 통해 감면받는 비율은 15% 내외에 불과하다
  • 항공 MRO 경쟁력은 예측 가능한 관세 제도에 달렸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항공업계가 항공기 부품 관세 면제 제도의 근본적 해법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항공기 부품 관세 면제 일몰이 2028년 말까지 연장됐지만, 반복되는 임시 연장만으로는 중장기 투자와 계획을 안정적으로 세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항공업계는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민간항공기교역협정(TCA)에 가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주요 항공사가 상당수가 TCA 가입을 통해 부품 등에 대한 무관세 체계를 적용받지만, 한국은 아직 협정 밖에 머물러 있어 국내 항공사들이 제도 불확실성을 떠안고 있다는 것.

항공기 부품 관세, 2028년까지 면제…FTA로는 한계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가 수입하는 항공기 부품과 수리용품, 원재료 등에 대한 관세 면제는 관세법 제89조 ‘세율불균형물품의 면세’ 규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관세법 89조는 항공기 부품 등 수입 관세를 100% 면제하는 조항이다.

민간항공기 무역에 관한 협정 대상 물품의 관세 감면율은 매년 20%포인트씩 낮아지며, 2029년에는 감면 혜택이 완전히 사라진다.

문제는 이 제도가 일몰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국회 논의를 거쳐 면세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항공사 입장에서 제도가 연장되더라도 다음 일몰 시점마다 관세 부활 가능성을 다시 고려해야 해 불확실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과거 정부는 수입 항공기 부품에 대해 100% 관세 면제를 적용해 왔으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면제 효과가 대체될 것으로 판단해 일몰제로 전환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 수입하는 항공기 부품은 FTA 규정을 충족할 시 무관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항공기 부품은 수십만 개에 달하고 또 여러 국가를 거쳐 조립되므로 단계마다 원산지 증명이 어려워 FTA 면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관세법 대신 FTA를 통해 감면받는 비율은 15%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韓 항공업계, 항공기 부품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관세 부담 여전

국내 항공업계는 항공기 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부품에 대해서는 통상 3~8%의 세율이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에 항공기 부품 관세는 실제 항공사 원가 경쟁력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평가다.

국적 항공사 3사 매출 현황 2025 별도 기준 대한항공 16조 5,019억 아시아나항공 6조 1,969억 제주항공 1조 5,001억 연간 관세 부담액(추정치) 약 1,000억원

김광옥 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국적 항공사 3개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의 항공기 부품 수입액은 약 2조7000억원이며, 이 중 관세 부담액은 연간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항공기의 핵심 부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 부과는 곧바로 정비비와 운영비 증가로 연결되어 항공사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대한항공의 당기순이익이 6473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연 1000억원의 관세 부담은 순이익 대비 약 15% 규모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항공협회, TCA 가입 건의서 제출…정부는 뒷짐만

한국항공협회는 최근 국토교통부·산업통상부 등을 상대로 WTO 민간항공기교역협정(TCA) 가입 건의서를 제출했다.

TCA란 항공기 부품 교역 자유화를 위해 1980년 발효된 WTO 산하의 다자간 협정이다. 가입국은 항공기 부품 교역에 무관세가 적용된다.

미국 및 EU 등 주요 항공 선진국들은 TCA 가입해 안정적으로 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중장기적으로 가입 검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정부는 관세를 전면 철폐하면 해외 선진국 부품 업체들과의 완전 경쟁에 노출되어 국내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로 TCA 가입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항공 MRO 시장은 커지는데…예측 가능한 관세 제도 마련해야

무엇보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현행 관세법 일몰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항공기 부품 관세는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항공종합정비업 발전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 MRO 시장은 2024년 약 950억 달러로 추정되며, 매년 4%대 성장을 지속해 2030년대에는 약 1400억 달러(18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의 항공 MRO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2% 내외에 그치는 수준이다. 국내 항공정비 수요 상당 부분을 해외 정비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항공산업 생태계 차원에서도 독자적인 정비 역량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해당 법안에는 항공정비특화단지와 거점공항을 육성하고, 항공 MRO 산업의 체계적 지원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항공 MRO 클로스터 조성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대한항공 MRO 클로스터 조성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민간에서도 MRO 사업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MRO 사업을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관련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 육성의 전제 조건인 비용 경쟁력이다.

항공 MRO는 핵심 부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부품 관세 부담은 MRO 사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서 한시적 감면을 넘어 예측 가능한 관세 면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배경이다.

김광옥 교수는 “관세 면제 제도가 일정 기간마다 연장 여부를 다시 검토받는 구조라면, 기업들은 장기 투자나 신규 물량 유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싱가포르나 중동 등 주요 MRO 경쟁국들이 안정적인 관세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한시적으로 제도를 운영할 경우 국제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MRO 산업은 단기적인 지원보다도, 기업들이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 자체가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댓글 (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언어 선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