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디코드

마운자로 이을 넥스트 블록버스터…일라이 릴리의 해답은 '난치병'

에이잭스·스콜피온 등 올해만 5곳 M&A…임상 검증 전 유망주 저렴하게 선점 독성·내성·제조 등 기존 신약 한계 극복할 기술 확보해 파이프라인 재편

산업 | 김나연  기자 |입력
세 줄 요약
  • 에이잭스 면역 질환 치료제 AJ1-11095가 JAK2 효소 비활성 결합 기술로 차별성을 확보했다.
  • 일라이릴리는 내성 문제를 해결한 이 신약의 임상 1상 결과를 토대로 연내 적정 용량을 확정한다.
  • JAK2 효소 비활성 상태 결합 방식은 기존 치료제의 내성과 안전성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제약사 일라이릴리(Eli Lilly)가 또다시 지갑을 열었다. 비만·당뇨 치료제 판매 급증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망한 기전을 갖춘 바이오 스타트업을 임상 데이터 확인 전에 선점하는 '영토 확장(Land grab)'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라이 릴리는 27일(현지시간) 혈액암 신약 개발사 에이잭스 테라퓨틱스(Ajax Therapeutics)를 최대 23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공개되지 않은 보장 현금과 임상 및 규제 목표 달성에 따른 마일스톤 지급액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릴리는 에이잭스가 개발 중인 혈액암 신약 'AJ1-11095'가 보유한 구조적 차별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면역 질환 환자들은 세포 밖의 단백질 신호를 핵 안으로 전달해 면역 반응과 혈액 세포 생성을 조절하는 JAK 효소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멈추지 않고 과도하게 신호를 보내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JAK 효소가 과도하게 신호를 보내면 골수섬유증이나 진성적혈구증가증 같은 혈액암, 그리고 류마티스 관절염 등 면역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기존에 면역 질환 치료되로 사용되던 약물들은 효소가 '활성화(Active)'된 상태에 결합하는 '타입 1(Type I)' 억제제다. 즉, 이미 스위치가 켜져 맹렬히 작동 중인 효소에 달라붙어 그 활동을 방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타입 1 약물은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을 억제해 환자의 증상을 극적으로 완화하지만, 질병의 진행 과정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돌리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내성이 생긴다는 점도 치명적인 단점다. 활성화된 억제 부위만 막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약물을 우회하는 다른 신호 경로가 열리거나 다른 부위가 변형되는 내성 기전이 발동한다. 이로 인해 최근 수년간 심각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고, 약물 치료 효과가 소실돼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가 속출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반면 에이잭스의 신약 AJ1-11095는 접근법을 완전히 바꿔JAK2 효소가 작동하기 전인 '비활성(Inactive)' 상태의 구조에 결합하도록 설계했다. 효소의 스위치가 켜지기 전에 아예 자물쇠를 채워 구조 자체를 잠가버리는 원리다.  이를 '타입 2(Type II)' 억제제라고 한다.

이렇게 비활성 상태를 단단히 고정하면 기존 타입 1 억제제가 촉발하던 효소의 변형이나 우회 내성 기전이 작동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증상 완화를 넘어, 기존 약물들이 실패한 표적에 대한 더 깊고 지속적인 억제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에이잭스는 기존 JAK 차단제를 활용해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즉 기존 약물에 내성이 생겼거나 반응하지 않는 골수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일라이릴리는 자사가 보유한 혈액암 상업화 전문성을 동원해 올해 안으로 후속 개발을 위한 적정 투여 용량을 확정하고 임상 진입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비만약 의존도 축소하려 항암·면역 포트폴리오 확대 행보

에이잭스 인수는 올해 일라이릴리가 보여준 공격적인 사업 재편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2026년 초부터 암, 면역 질환, 뇌 질환 분야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5개 기업을 잇달아 품었다. 특히 3월 말 이후에만 4건의 인수를 성사시켰다. 이미 시장에 출시된 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를 비싼 값에 매입하는 대신, 기존 의약품이 직면한 기술적 한계를 돌파할 초기 기업 발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트룽 후인 RBC 캐피털 마켓 애널리스트는 "임상 데이터가 도출돼 기업 가치가 비싸지기 전에 차별화되고 기전적으로 매력적인 자산을 조기에 확보하는 일라이릴리의 영토 확장 행보와 일치한다"고 풀이했다.

릴리는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등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빅파마로 도약했다. 하지만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의 맹추격, 후발 주자 진입, 각국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 및 보험 급여 문제 등 잠재적 위협 요인이 존재한다. 이에 릴리의 잇딴 스타트업 인수는 비만약 프랜차이즈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항암과 면역, 신경계 질환에 재투자해 단일 분야에 치우친 수익 의존도를 선제적으로 낮추려는 방어전 성격을 띤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파트너십 및 핵심 자산 현황 회사 핵심 자산 분야 스콜피온 테라퓨틱스 STX-478 PI3Kα 변이 표적 항암제 오르나 테라퓨틱스 ORN-252 in vivo CAR-T, 자가면역 켈로니아 테라퓨틱스 KLN-1010 in vivo CAR-T, 다발골수종 크로스브리지 바이오 CBB-120 이중 페이로드 ADC 에이잭스 테라퓨틱스 AJ1-11095 Type II JAK2 억제제

구체적으로는 릴리가 인수한 기업의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기존 항암 치료제가 지닌 내성과 독성, 제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JAK 억제제(에이잭스), 이중 페이로드 ADC(크로스브리지), 돌연변이 선택적 표적항암제(스콜피온), 그리고 체내 생성(in vivo) 세포치료제(오르나 및 켈로니아) 등 메커니즘의 차별성이 뚜렷한 플랫폼이라는 특징이 있다. 최근 이어진 M&A는 과거 유전자 변이 중심의 정밀항암제 확보에 집중했던 단계를 넘어, 여러 첨단 치료 모달리티(Modality)를 동시에 갖춘 차세대 신약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릴리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일라이 릴리의 사업 구조 재편의 선봉에는 혈액암 신약을 개발하는 에이잭스 테라퓨틱스 인수가 있다. 골수섬유증과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들은 기존에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JAK 억제제로 증상을 가라앉혔지만, 치료 효과가 오래가지 않고 약에 내성이 생기는 부작용이 컸다. 에이잭스가 개발한 임상 1상 후보물질 'AJ1-11095'는 1일 1회 복용하는 최초의 제2형(Type II) JAK2 억제제다. 기존 약과 전혀 다른 부위에 결합해 환자의 질환을 한층 깊고 꾸준하게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암세포의 내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는 고형암을 타격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분야로 이어졌다. 릴리는 2026년 4월 14일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더해 최대 3억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미국 휴스턴 기반의 크로스브릿지 바이오를 인수했다. 크로스브릿지 바이오의 주력 자산 'CBB-120'은 하나의 표적(TROP2)에 두 개의 독성 물질(TOP1 억제제 및 ATR 억제제)을 동시에 싣는 이중 페이로드 기술을 적용했다. 다토웨이나 트로델비 같은 기존 단일 독성 ADC가 암세포의 방어막 형성 등 적응으로 인해 점차 약효가 듣지 않게 되는 내성 한계를 넘기 위해 고안된 설계다. 암세포만 정밀하게 타격하는 유도미사일에 독성 물질을 이중으로 탑재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투여 범위인 '치료 지수'를 대폭 넓혔다.

스콜피온 테라퓨틱스는 표적항암제가 지닌 치명적인 독성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세포 안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경로(PI3K)를 막는 기존 억제제들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뚜렷했다. 반면 스콜피온이 개발 중인 임상 1/2상 단계의 'STX-478'은 유방암처럼 위나 장, 폐 등 장기에 단단한 덩어리 형태로 생기는 암인 고형암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정 변이(PI3Kα)만을 골라서 정밀하게 타격한다. 정상 세포의 손상을 막고 환자가 약을 잘 견디도록 내약성을 크게 높였다.

릴리는 의약품 제조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긴 대기 시간을 줄이는 플랫폼 혁신에도 지갑을 열었다. 릴리는 특수 설계된 렌티바이러스 기술(iGPS)을 바탕으로 임상 1상 초기 데이터를 발표한 켈로니아에 최대 7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베팅했다. 켈로니아가 내놓은 다발골수종 후보물질 'KLN-1010'과 오르나가 다루는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 'ORN-252'는 체외 조작 없이 환자 몸 안에서 직접 면역 세포를 만들어내는 체내(in vivo) 기술을 활용한다. 환자의 세포를 밖으로 꺼내 조작한 뒤 다시 주입해야 하는 기존 항암제인 CAR-T 치료제의 제조 과정을 대폭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비싼 완성형 기술 보유 기업 대신 유망주에 베팅

릴리는 올해 들어 5건의 M&A를 진행하며 상업화 전 단계의 기술적 차별성을 지닌 스타트업들을 100억달러 미만의 합리적인 가격에 다수 매입해 차세대 약물 플랫폼을 내재화했다. 릴리가 사들인 자산 역시 임상 진입 전(IND 제출 예정)인 크로스브리지를 비롯해 1상 단계인 에이잭스와 켈로니아, 1/2상 단계인 스콜피온 등 모두 상업화나 후기 임상 이전 단계에 속한다. 

이처럼 초기 자산을 집중적으로 거둬들이는 릴리의 행보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스타이펠(Stifel)이 분석한 2026년 바이오테크 M&A 시장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스타이펠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들어 대형 제약사들은 몸값이 높아진 기술개발 후기 단계 대신 초기 단계의 기업을 인수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임상 데이터가 입증돼 자산 가격이 폭등하고 경쟁이 과열되기 전에 과학적 차별성을 띤 후보물질을 저렴하게 선점하는 초기 단계(Pre-POC) 위험 감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인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초대형 합병을 피하고 중소형 거래(Bolt-on M&A)에 집중하는 거래 형태도 올해 M&A 시장의 핵심 트렌드다. 스타이펠은 100억달러 이상의 메가 딜(Mega-deal) 대신 중소형 규모의 거래가 2026년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파마들의 적극적인 M&A 덕에 모험자본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다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새로운 바이오 스타트업의 탄생을 촉진하는 선순환 투자 구조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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