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 라면 3사 지분을 해외 매출 성장세에 따라 다르게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비중이 낮은 오뚜기는 공시 의무 기준선 아래까지 팔아치운 반면, 해외 매출 비중 81%의 삼양식품은 지분을 소폭 늘렸다.
이러한 흐름은 식품·음료 섹터 전반에서 비슷하게 나타나, 국민연금이 내수에 갇힌 전통 식품기업보다 해외에서 성장을 증명한 기업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라면 3사, 지분 변동 방향 엇갈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5년 6월 단 하루에 오뚜기 주식 2만959주를 팔았다. 지분율은 6.01%에서 4.99%로 떨어졌다.
자본시장법상 지분율이 5% 아래로 내려가면 공시 의무 자체가 사라진다.
이 매도 이후 국민연금이 오뚜기 주식을 더 샀는지, 더 팔았는지는 알 방법이 없지만 현재도 당시 지분율 수준으로 이 회사 주식을 보유 중이라고는 추정할 수 있다. 지분공시제도에 따라 주요 주주는 개별 상장사에 대한 대량보유보고(5% 룰) 의무를 지닌다. 지분 5% 이상 보유 시 신규 보고, 이후 1%p 이상 변동 시 변동 보고 등을 하는 규정이다.
국민연금은 농심 지분도 줄이는 중이다. 국민연금의 농심 지분율은 2025년 3월 기준 10.89%였다. 2026년 1월 21일에 6만1030주, 3월 13일에 6만958주로 두 번의 매도를 단행했다. 지분율은 7.91%에서 5.90%로 떨어졌으며, 5% 기준선까지는 0.90%포인트가 남아 있다.
삼양식품은 방향이 달랐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사흘에 걸쳐 매수와 매도를 섞어가며 순매수 5163주를 쌓았다. 변동폭은 0.07%p에 불과하지만, 농심·오뚜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 현재 지분율은 10.18%다.
지분 변동 방향과 일치하는 해외 성장세
국민연금의 이같은 행보는 세 회사의 해외 매출을 보면 방향이 잡힌다는 분석이다.
삼양식품은 2025년 3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81%다. 글로벌 히트작 ‘불닭볶음면’이 세계 시장을 뒤흔들면서 2024년 해외 매출은 전년보다 65% 뛴 1조3359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 3분기에도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늘며 분기 기준 신고가를 다시 썼다. 영업이익률도 20.7%에 달한다.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5년 1~3분기 누적 기준 약 39%다. 2020년 30%에서 꾸준히 올라왔으나, 성장세는 둔화했다. 영업이익률은 6%대로, 삼양식품의 3분의 1 수준이다.
오뚜기는 해외 매출 비중이 10% 안팎에 머물러 있다. 내수 라면과 소스가 주력인 구조로, 세 기업 중 해외 성장 모멘텀이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라면만의 이야기는 아니야
같은 시기 DART에 올라온 식품·음료 기업들의 공시를 훑어보면 비슷한 구도가 읽힌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린 식음료 기업 중 오리온과 롯데칠성음료가 눈에 띈다. 오리온은 2026년 2월 2일 하루에 40만4599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8.12%에서 9.14%로 끌어올렸다. 오리온은 중국·베트남·러시아에 현지 법인을 두고 안정적인 해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곳으로, 2024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65%다.
롯데칠성음료도 2026년 1월 14일 하루에 9만2990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6.65%에서 7.65%로 높였다. 해외 자회사를 포함한 글로벌 매출이 8.9%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 중 글로벌 비중이 43.9%까지 올라왔다.
반대로 지분을 줄인 쪽은 하이트진로와 대상이다. 하이트진로는 2025년 11월 단 하루에 70만8984주를 팔아 지분율을 6.02%에서 5.00%로 낮췄다.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0년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다.
대상은 2026년 2~3월 두 달에 걸쳐 조금씩 매도를 반복하며 지분율을 11.23%에서 10.61%로 줄였다. 내수 식품과 조미료가 주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식품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는 데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해외 성장세가 기업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보유 비중 변화와 기업의 해외 성과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은 놀랍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