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이란 전쟁에서 드론(무인기)이 현대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전력으로 떠올랐다. 값싼 드론이 상대방의 고가 방공 미사일과 첨단 무기를 소진, 파괴시키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드론 문제가 먼 나라 전쟁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도 이에 대한 대비 태세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드론 전쟁 기술과 노하우가 우크라이나전에서 배운 러시아를 통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고, 우리도 이제 이러한 공격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성비 전쟁 시대…이란, 3000만원 드론으로 美 60억 미사일 요격
지난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20일로 21일 차에 접어들었다. 이번 전쟁은 본래 지상전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존 전쟁과 달리 드론이 전선에 적극 투입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란은 미국의 압도적인 전력에 대항해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활용해 적을 공격하고 있다. 샤헤드-136의 대당 가격은 약 3000만~7000만원 내외다. 이란은 저렴한 드론을 주변국에 무차별적으로 날리는, 이른바 ‘물귀신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의 대당 가격은 약 60억~90억원 수준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번 전쟁판은 이란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미국이 샤헤드-136을 역설계한 드론 ‘루카스’를 개발, 대량 생산 및 실전 배치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렇듯 드론은 저렴한 비용 대비 큰 효율로 현대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평가다.
北, 러시아로부터 자폭 드론 기술·노하우 이전받아

드론은 한국에도 당면한 위협이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이란 전장에서 확인된 드론 전쟁의 확산과 국제 안보환경 변화’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세미나에는 유용원 국회의원,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나탈리야 부티르스카 뉴유럽센터 수석 연구위원, 크리스티나 젤레뉴크 뉴 유럽 센터 연구위원, 미카일로 사무스 전 우크라이나 장교 등이 참석했다.
나탈리아 수석 연구위원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동맹 및 기술 협력이 고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드론의 군사적 활용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자폭 드론 생산 기술과 노하우를 북한에 이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세미나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장거리 자폭 드론 기술 및 생산 노하우를 이전받고, 1인칭 시점(FPV) 카메라를 장착한 단거리 전투용 드론 생산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란이 러시아 측에 드론 설계·생산·실전 피드백을 전달하고, 북한이 이를 러시아로부터 전달받을 수 있는 3각 협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 러시아, 이란 간 삼각 협력 관계보다는 ‘러시아 허브형’에 가깝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또 이 과정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이란에 드론 생산을 지원하는 공급망으로 작동하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란에서 러시아로 샤헤드가 넘어가고, 또 러시아와 북한이 관계를 맺으면서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드론을 만드는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한국 드론 생태계
이제 드론이 산업뿐만 아니라 안보와도 직결된 사안이 되었다는 점에서 주요국에 비해 열악한 한국의 드론 산업 생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의 드론 산업은 관련 인프라가 사실상 전무하고 중국산 부품에 크게 의존하는 조립 생산에 치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K-드론 산업의 수출경쟁력 분석 및 향후 과제’에 따르면 2024년 세계 드론 수출 시장 점유율 상위 5개국은 △중국 37.8% △폴란드 9.6% △네덜란드 6.0% △미국 5.4% △이스라엘 3.3%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드론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0.48%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드론에 탑재되는 부품 국산화율이 저조하고, 부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품 전체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기업은 50% 이하, 부품 중 일부라도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은 6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한국의 드론 부품 수입에서 중국산 비중이 평균 70%에 달하는 등, 낮은 국산화율 속에서 수입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부품 수출 통제 조치가 발생할 경우, 부품 단가 상승으로 국내 제조업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드론작전사령관을 역임한 이보형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문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중국이 기술력,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에 앞서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평시에는 90%가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유사시에 부품 수급을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되며 국산화 노력을 해서 의존도를 줄여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 수요를 창출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그에 따른 재투자와 생산 능력·인프라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보형 전문위원은 “드론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드론을 공공 수요 차원에서 많이 늘려야 한다. 그래야 규모의 경제가 되면서 각종 드론 부품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또 중요한 건 가격 경쟁력이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을 때 기술 수준은 맞춰갈지 모르지만 단가가 상승하면 가격 경쟁력이 없다. 이에 많은 수익을 민간이 창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재투자를 하고 또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건강한 드론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