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아리가 묵직하고 밤마다 쥐가 나 잠에서 깨는 일이 반복된다.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쉽게 붓고, 앉아 있어도 저릿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허리 MRI나 무릎 치료에서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겉으로는 큰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반복되는 다리 통증의 배경에는 ‘정맥통증’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맥통증은 다리의 정맥혈이 심장 방향으로 원활히 이동하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발생하는 기능적 순환장애와 관련된 통증 개념이다. 정맥 내부에는 혈액이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막아주는 판막이 존재하는데, 이 판막이 약해지거나 손상되면 혈액이 정체되고 압력이 증가해 통증, 부종, 저림, 야간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피부 표면으로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가 대표적인 정맥 질환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외형적 변화가 없는 ‘기능적 정맥부전’까지 진단이 가능해지면서 정맥 질환을 단순 미용 문제가 아닌 혈관 기능 이상에 따른 통증 질환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정맥통증 치료 개념은 하지정맥부전 치료의 임상 경험을 통해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정맥 역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허리, 무릎, 발의 만성 통증이 함께 호전되는 사례가 축적되면서 정맥 기능 이상과 만성 통증의 연관성에 대한 임상적 관심이 확대됐다. 이후 정맥 기능 평가와 통증 치료를 접목한 연구와 임상적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맥성 통증이 생각보다 흔하지만 기존 근골격계 중심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일부 환자들은 허리디스크나 관절 질환으로 오인해 반복적인 주사치료나 물리치료를 받지만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맥 기능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정맥통증은 하지에만 국한된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 정맥 기능 이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보행 패턴 변화와 근육 긴장 불균형이 발생해 허리, 골반, 어깨 통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지 정맥 순환 이상이 동반될 경우 팔 저림이나 어깨 결림, 목 주변 불편감 등으로 나타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증을 단순 근육이나 관절 문제로만 보지 않고 ‘순환 기능’의 관점에서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맥 초음파 검사가 필수적이다. 혈액 역류 여부와 판막 손상 부위를 확인한 뒤 환자의 증상과 생활습관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최근에는 절개 없이 시행 가능한 비열 치료법이나 의료용 접착제를 이용한 정맥 폐쇄 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대구 북구 브이웰마취통증의학과 김상균 원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대한정맥통증학술이사)은 “정맥통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혈관 변화가 없어도 발생할 수 있어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되기 쉽다”며 “반복되는 다리 통증과 야간 경련이 있다면 정맥 기능 이상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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