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며 중동 전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과 인근국가에 위치한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단기전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된전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도 현지 프로젝트 안전 점검과 비상 대응 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정부도 연일 중동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제2차 중동상황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항공편 취소로 현지 체류 국민의 안전 우려가 커진 만큼 1:1 안전 확인과 귀국 지원, 유사시 수송 대책까지 빈틈없이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유가·환율·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시장 안정 조치와 금융정책 수단을 마련하고, 중동 사태로 피해를 입는 기업 지원 방안도 적극 검토하라고 강조했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주요 건설사들은 본사와 현장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상황을 실시간 점검 중이다. 현재 이란 현지에서 직접 공사를 진행하는 국내 건설사는 없어 즉각적인 공사 중단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이란의 군사 행동이 걸프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은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며 공동 대응을 논의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자푸리 유틸리티 및 380kV 송전공사, 이라크 해수처리시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장에는 비상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임직원 휴가와 출장을 전면 보류했다. 이동 제한 조치도 시행 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카타르, UAE 등 현지 대사관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사우디 지하철, UAE 원전, 카타르 LNG 수출기지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신항만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육상·해상 경로를 포함한 직원 철수 계획을 마련해 둔 상태다. 한화 건설부문은 이라크 비스야마 신도시 사업 현장을 중심으로 대사관, 현지 군·경찰과 협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국내 건설사중 유일하게 테헤란 지사를 운영해 왔으나, 연초 선제적으로 인력을 철수시켜 현재 제3국에서 근무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현장 운영과 신규 수주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제2의 중동붐’ 기대에 찬물…수익성 악화 우려
문제는 중동이 국내 건설사의 핵심 수주 시장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472억7000만달러로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중동 비중은 25%를 넘는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를 500억달러로 제시한 상태다.
최근 사우디·카타르·UAE 등에서 메가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지며 ‘제2의 중동붐’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번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급증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과 해상 물류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는 공사 원가 부담과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현재로서는 피해 가능성을 크게 보진 않지만, 유가 급등과 환율 변동성 확대가 장기화될 경우 조달 비용과 금융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정부 “원팀 대응”…기업 지원책 검토
정부는 관계 부처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하고, 기업 애로사항을 수렴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총리는 “정확한 정보와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민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차분하고 꼼꼼하게 대응하라”고 당부했다.
건설업계는 당분간 현장 안전 확보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 시 금리·환율·원자재 가격 등 복합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건설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의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발 위기가 단기 충격에 그칠지, 장기적 구조 변수로 자리 잡을지에 따라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전략도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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