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우세현 기자| 포탄이 날아드는 중동의 무력 충돌 상황 속에서도 배달 노동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를 달리고 있다.
우버나 딜리버루, 카림 같은 글로벌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시민들의 일상 유지를 위해 서비스 운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배달원들의 생계와 직결된 플랫폼 노동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하루 배달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업무를 거부할 경우 즉각적인 소득 감소나 벌금 등의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라이더들은 안전상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배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IT 전문매체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은 비행기 연착과 요격 미사일 폭음이 이어지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정부마저 필수 인력을 제외한 민간 부문에 재택근무를 권고한 상태다. 하지만 음식점이나 마트 등 판매자와 소비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는 중개 서비스인 '제3자 배달 앱'들은 일부 지역의 배달을 일시 중단하거나 우회 경로를 안내할 뿐, 서비스 자체는 계속 가동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실시간으로 안전 상황을 점검 중이며, 라이더가 위험을 느낄 경우 무리해서 앱 접속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배달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는 크다. 방공 시스템이 미사일을 요격하더라도 떨어지는 파편이나 도로 위 장애물로 인해 이미 3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다치는 등 물리적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본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고 인력을 공급하는 하청 업체, 즉 '제3자 물류 대행사'에 소속된 라이더들의 고용 조건은 더욱 취약하다.
현지의 한 라이더는 배달을 거부하거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대행사로부터 벌금을 부과받는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배달 노동자는 기본급에 더해 배달 건수, 주행 거리, 시간 등에 따라 추가 수당을 받는 수익 구조에 묶여 있다. 당장 배달 앱을 끄고 쉴 경우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벌금까지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압박이 이들을 거리로 이끄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물, 쌀, 신선식품 등 생필품에 대한 배달 주문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외출이 제한된 시민들에게 배달 앱은 필수적인 물자 공급로 역할을 한다. 유엔 국제노동기구(ILO)는 이처럼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이 식량과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배달원들을 '필수 노동자'로 분류한다. 필수 노동자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널리 쓰인 개념으로, 재난 상황에서도 사회 기능 유지와 시민의 생존을 위해 대면 업무를 멈출 수 없는 핵심 직업군을 뜻한다.
현대의 분쟁 지역에서도 이들의 노동은 사재기를 방지하고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필수적인 서비스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상의 위험 부담은 오롯이 이주 노동자가 대부분인 배달원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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