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밖 '적들의 동침'…고도파트너스에서 만난 베인·MBK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증권 | 심두보  기자 |입력

고도파트너스에서 뭉친 키맨 이정우·이진하 최윤범 측 백기사 베인캐피탈 이끌던 이정우 전 한국대표 MBK파트너스의 핵심 인력 이진하 전 부사장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양사의 핵심 키맨이 의기투합해 독립계 PEF를 설립했다. 이정우 전 베인캐피탈 한국대표와 이진하 전 MBK파트너스 부사장이 공동 설립한 '고도파트너스'가 그 주인공이다. 자본시장(IB)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세기의 딜'에서 서로 칼끝을 겨누고 있는 하우스의 핵심 인력들이 독립하여 손을 잡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베인캐피탈과 MBK파트너스는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대척점에 서 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연합해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주도했고, 베인캐피탈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로 등판했다. 양측이 수조원대 자금을 동원하며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는 시점에, 각 하우스의 리더가 결합한 것은 흥미로운 사건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정우 전 대표는 이번 고려아연 분쟁에서 베인캐피탈 측의 의사결정을 주도한 핵심 키맨으로 분류된다. 그는 최윤범 회장 측 우군으로서 베인캐피탈이 4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공동대표로 합류한 이진하 전 부사장은 비록 이번 고려아연 딜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나, MBK파트너스 내에서 탁월한 딜 소싱 능력과 운용 성과를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셈"이라며, 글로벌 대형 펀드의 시스템을 체득한 두 사람이 독립 후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시하고 있다. 대형 하우스의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기민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고도파트너스의 출범은 최근 국내 PEF 시장의 '스핀오프(Spin-off)' 트렌드를 반영한다. 글로벌 PEF의 한국 사무소들이 본사의 엄격한 투자 심의 기준(IC)과 섹터 제한으로 인해 유연한 투자가 어려워지자, 핵심 운용역들이 독립하여 중형급(Mid-cap)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두 대표는 각각 그로쓰 캐피탈(Growth Capital)과 바이아웃(Buyout)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상호 보완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들의 결합을 '전략적 보완 관계'로 해석한다. 베인캐피탈은 전통적으로 IT, 소비재, 바이오 등 성장 섹터에 강점을 보여왔고, MBK파트너스는 제조업 기반의 대형 바이아웃과 구조조정 딜에서 성과를 냈다. 두 하우스의 DNA가 결합된 고도파트너스는 투자 섹터의 경계를 허물고, 딜 구조 설계에 있어 고도화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우 전 대표의 트랙레코드는 베인캐피탈의 한국 시장 안착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카버코리아 인수를 통해 2년 만에 원금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4300억원에 인수한 지분을 유니레버에 3조원에 매각한 딜은 여전히 국내 M&A 역사의 기념비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이어 그는 휴젤 인수를 주도하며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서의 전문성을 입증했다. 2017년 약 9275억원을 투입해 휴젤 경영권을 인수한 뒤, 볼트온(Bolt-on) 전략과 글로벌 진출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했다. 이후 GS그룹 컨소시엄에 지분을 매각하며 성공적인 엑시트 성과를 기록했다.

최근까지 이 전 대표는 클래시스와 더존비즈온 투자에도 깊이 관여했다. 미용 의료기기 업체인 클래시스의 경영권 인수와 국내 대표 ERP 기업 더존비즈온의 2대 주주 등극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특히 더존비즈온 투자는 베인캐피탈이 테크 기업의 성장성을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진하 전 부사장 또한 MBK파트너스에서 굵직한 딜을 수행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그는 대성산업가스(현 DIG에어가스) 바이아웃 딜의 핵심 실무진으로 활약했다. MBK파트너스는 2017년 대성산업가스를 약 1조8000억원에 인수한 뒤, 2020년 맥쿼리자산운용에 2조5000억원에 매각하며 3년 만에 괄목할 만한 차익을 실현했다.

또한 이 전 부사장은 연성동박적층판(FCCL) 제조사 넥스플렉스 인수 및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18년 넥스플렉스를 인수한 후 생산 설비 증설과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했고, 이를 통해 매각 시점에 높은 멀티플을 인정받았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