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작년 연초만 해도 국내 건설업계는 주택 경기 침체와 미래 신사업의 불확실성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방향성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분양 시장은 얼어붙었고, 중견 건설사들의 잇단 부도 소식까지 전해지며 전통적인 건설 성장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바로 그 시점, 새로 대표이사에 내정됐거나 주주총회를 앞둔 대형 건설사 CEO들은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선택은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수익률로 이어지며 재조명되고 있다. 경영진이 추진해 온 원전·에너지·하이테크 등 신사업 전략에 시장이 뒤늦게 화답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 1년 만에 400% 수익
2024년 말 현대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한우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25년 2월 4~5일 이틀에 걸쳐 자사주 2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매입 단가는 주당 2만6809원으로, 총 투자금은 약 5400만 원 규모였다.
당시에는 대표이사로서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행보로 받아들여졌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난 27일 기준 현대건설 주가는 10만5900원을 기록하며 1년 사이 약 4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 대표가 매입한 주식의 가치는 약 2억1180만 원으로 불어나며 약 1억5800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시장에서는 기존 건설 중심 사업 구조에서 에너지 중심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에너지 전환 리더(Energy Transition Leader)’ 비전을 제시하며 2030년까지 연간 수주 25조 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간 수주액 25조5151억 원을 기록하며 이 목표를 1년 만에 달성했다. 특히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와 대형 원전 4기 건설 기본설계 계약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 사전업무 계약(Early Works Agreement) △미국 텍사스 태양광 발전사업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 등을 잇달아 수주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 삼성물산 오세철 대표, 4년 만의 자사주 매입 ‘적중’
삼성물산 오세철 대표의 선택도 눈에 띈다. 오 대표는 지난해 2월 중순,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자사주 20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오 대표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약 4년 만으로, 보유 주식 수는 총 3000주로 늘었다.
당시 주가는 11만3000원대였지만, 지난 27일 종가 기준 삼성물산 주가는 29만8000원까지 상승하며 30만 원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오 대표의 주식 보유 금액도 약 8억9400만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하이테크 플랜트뿐 아니라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에너지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유럽 원전 사업과 SMR(소형모듈원자로) 신사업 참여는 물론, 태양광 발전과 수소 관련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책임경영 행보
이 같은 흐름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GS건설 허윤홍 대표는 2대 주주로서 자사주 약 333만 주를 보유하며 책임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GS건설 주가는 현재 1만8670원으로 1년 전 대비 약 8.2% 상승했다. 회사는 모듈러 주택을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해외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대우건설 김보현 대표이사도 2024년 6월 초 자사주 약 1500주를 장내 매수했다. 당시 3600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4800원대로 올라 약 3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대우건설은 해외 에너지 인프라 시설 공사와 원전 수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DL이앤씨 박상신 대표이사는 대표이사 선임 이후 자사주 561주를 매입했다. 매수 시점인 2024년 8월 3만 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4만4000원대로 상승했다. 박 대표는 탄소포집(CCUS) 등 친환경 플랜트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건설사 CEO들의 자사주 매입을 불확실성이 가장 컸던 시기에 나온 강력한 신뢰 신호로 평가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택 경기 침체 국면에서 원전·에너지·하이테크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며 “CEO들이 직접 지분을 늘렸다는 점이 시장에 강한 신뢰를 줬고, 이후 AI 붐과 맞물려 에너지 인프라 수요가 부각되면서 건설주 전반의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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