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무신사가 IPO 계획을 공식화한 이후 사업의 범위를 대폭 넓히고 있다. 시장에선 이 같은 무신사의 공격적인 광폭 행보가 쿠팡의 상장 전 외연 확대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상장 시점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매출 확장과 내러티브(기업 이야기) 만들기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IB 업계는 무신사의 이 같은 행보를 계산된 '몸집 불리기'로 해석한다. 통상 플랫폼 기업의 IPO 밸류에이션은 당장의 순이익(PER)보다는 매출 성장세와 거래액(GMV)을 기반으로 한 PSR(주가매출비율) 멀티플이 적용된다. 상장 직전 해에 마케팅 비용과 투자를 쏟아부어 매출 볼륨을 극대화하는 것은 플랫폼 상장의 정석과도 같다.
● 상장 직전 해인 2020년, 쿠팡의 공격적인 움직임
쿠팡은 상장 직전 해인 2020년 기업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커머스 플랫폼이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더 나아가 고객의 일상생활에 더 침투하는 전략이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쿠팡이 단순한 유통망이 아닌, 한국인의 삶을 지배하는 슈퍼 앱이자 필수재임을 각인시키기 위한 내러티브 전략이었다.
상장을 3개월 앞둔 2020년 12월, 쿠팡은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를 론칭했다. 이는 로켓와우 멤버십의 해지율(Churn Rate)를 낮추기 위한 강력한 록인(Lock-in) 장치였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를 그대로 벤치마킹한 사례다. 쿠팡플레이는 회원들이 멤버십에서 탈퇴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됐다. 이는 구독 경제의 핵심인 리텐션(Retention) 지표를 IPO 직전에 크게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2020년 쿠팡은 음식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에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쿠팡은 자신들의 핵심 역량인 '물류 최적화 알고리즘'을 배달 시장에 이식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단숨에 업계 3위로 도약했다.
이러한 광폭 확장은 개별 사업의 성장을 넘어 '쿠팡 생태계'를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2020년의 공격적인 확장은 쿠팡의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을 이커머스 시장에서 '전체 소비 시장'으로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 유통 기업으로 평가받았다면 불가능했을 높은 PSR(주가매출비율) 멀티플을 정당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커머스, 콘텐츠, 푸드테크 등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서의 성장 스토리가 있었다.
● 온라인 의류 플랫폼, 그 너머를 바라보는 무신사
무신사는 '오프라인 리테일'이라는 공간을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무신사는 최근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강남, 홍대, 명동 등 핵심 상권에 공격적으로 출점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성장 둔화에 대비해 오프라인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플랫폼 이용 빈도가 낮은 고객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무신사가 최근 뷰티 카테고리에 사활을 거는 것 역시 쿠팡의 '카테고리 킬러' 전략과 맞닿아 있다. 패션 의류는 계절성을 타고 구매 주기가 다소 긴 반면, 뷰티(화장품)는 구매 주기가 짧고 마진율이 높다. 무신사는 '무신사 뷰티'를 통해 앱 방문 빈도를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이원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대규모 '뷰티 페스타'를 개최하며 CJ올리브영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상징적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무신사는 패션뿐만 아니라, 뷰티 등 고마진 상품군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무신사의 또 다른 카드는 ‘글로벌’이다. 국내 패션 시장의 포화와 인구 감소는 무신사 밸류에이션의 가장 큰 디스카운트 요인이다. 때문에 무신사는 해외 플레이어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내러티브를 만들어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휠라(FILA)'를 중국 내 1위 브랜드로 키워낸 거대 유통 공룡 '안타스포츠(Anta Sports)'와 손을 잡았다. 무신사는 안타스포츠와 합작법인(JV) '무신사 차이나'를 설립했다. 일본에서는 최대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ZOZOTOWN)'과 전격 제휴했다. 무신사는 조조타운 내에 '무신사 숍(Musinsa Shop)'을 숍인숍 형태로 공식 오픈했다.
벤처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해외 파트너십 확대는 상장 시 '내수용 플랫폼'이라는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필수적인 빌드업 과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상장 전 몸 만들기의 리스크는?
이러한 광폭 행보가 IPO 흥행을 보장하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 IB 업계에서는 상장 직전의 급격한 외연 확장이 필연적으로 수익성 훼손을 동반한다는 점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는다.
달라진 거시경제 환경도 무신사에게는 부담이다. 쿠팡이 상장하던 2021년은 제로 금리에 기반한 풍부한 유동성이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던 시기였다. 그러나 당시보다 금리가 한껏 높아진 현재, 투자자들은 미래의 성장 스토리만큼이나 당장의 현금창출능력과 흑자 기조를 깐깐하게 따진다.
신사업의 운영 효율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패션 플랫폼이 뷰티, 오프라인, 해외 사업을 동시에 전개하는 것은 조직의 리소스를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신사업들이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비용만 잡아먹는 '하마'가 될 경우, 기업 전체의 펀더멘털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확대는 고정비 부담을 가중시켜, 온라인 플랫폼 특유의 가벼운 비용 구조와 높은 이익 레버리지 효과를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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