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심두보 기자| 고려아연의 2대 주주로 등극한 미국 정부의 투자 구조가 '상무부의 간판'과 '국방부의 지갑'으로 철저히 이원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외적으로는 상무부가 최대 지분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자금 14억달러(약 1조 9600억원)를 전액 투입하고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담보로 잡은 실권자는 미국 전쟁부다. 막대한 자금이 일시불로 '선입금'되며 최윤범 회장이 미국 정부를 백기사로 세우는 데 성공했으나, 그 대가로 경영권이 미국 정부의 안보 논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완성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크루시블 JV(Crucible JV LLC)는 주식 취득 자금 19억4000만달러(약 2조 7000억원)의 납입을 완료했다. 이 중 미국 전쟁부 산하 전략자본실(OSC)이 지분 투자금 1억5000만달러와 대출금 12억5000만달러를 납입해 주식 취득 자금의 약 72%를 책임졌다.
● 상무부는 '0달러', 전쟁부는 '14억달러'… 기형적 지분 구조
가장 주목할 대목은 미국 정부 내 '권한'과 '책임'의 괴리다. 합작법인(JV) 지분 40%의 내부 구성은 상무부 23.3%, 전쟁부 16.7%로 나뉜다. 외형상으로는 상무부가 최대 주주처럼 보이지만, 자금 흐름을 뜯어보면 실상은 정반대다.
고려아연의 공시에 따르면, 상무부와 전쟁부가 보유한 의결권 전량을 미국 전쟁부가 단독으로 행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상무부는 크루시블 JV에 출자하지 않았음에도 지분 23.3%를 보유하지만, 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전쟁부가 행사하는 구조다. 미국 정부가 '범정부 지원'이라는 명분을 위해 상무부를 명목상 주주로 세웠을 뿐, 캐스팅 보트는 전쟁부가 쥐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쟁부는 지분율 16.7%를 확보하기 위해 1억5000만달러를 출자했고, 12억5000만달러까지 전액 대출해줬다. 이번 딜에 투입된 미국 정부 자금의 100%가 전쟁부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향후 고려아연 JV의 의사결정이 경제적 이익이 아닌, 전쟁부의 군사·안보적 필요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로써 펜타곤은 자금·담보·의결권을 아우르는 중층적인 통제 구조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 전체 딜 규모의 72%인 14억달러를 사실상 전담하며 핵심 자금원 역할을 맡았고 △(담보) 12억5000만달러 대출의 담보로 고려아연 주식 전량과 현금 계좌에 질권을 설정해 강력한 채권 보전 장치를 마련했으며 △(의결권) 상무부 보유 지분의 의결권까지 위임받아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게 됐기 때문이다.
● '선입금' 완료됐지만… '조건부 확약' 족쇄는 여전
통상적인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공정률에 따라 자금을 분할 집행하는 것과 달리, 이번 딜은 파격적인 ‘선입금’ 형태로 완료됐다.
그러나 OSC는 크루시블 JV에 대한 12 5000만 달러 대출을 공식 발표하며, 이번 지원이 '조건부 확약(Conditional Commitment)'에 기반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OSC는 이 성명을 통해 대출 지원의 목적이 "항공기 엔진, 반도체 등에 쓰이는 핵심 광물에 대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접근 보장"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자금 집행이 끝났더라도, 고려아연이 생산 차질이나 보안 이슈로 미국 측이 요구하는 마일스톤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확약'의 전제 자체가 무너진다는 경고다.
이 때문에 '대출받은 돈을 뱉어내야 하는(Clawback)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목표 달성 미달로 약정 위반(Default)이 발생할 경우, OSC는 대출 만기가 남았더라도 즉시 원금 전액 상환을 요구하는 '기한이익 상실(Acceleration)'을 선언할 권한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
● 25년 만기·5.27% 금리… 지분·현금 몽땅 담보 잡혀
공시에 따르면 크루시블 JV는 OSC와 연 이자율 5.27%, 대출 만기 25년의 장기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을 향후 25년간 안보 공급망에 묶어두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OSC 대출의 파격적인 담보 조건으로 인해 상환 압박이 '경영권 박탈'로 직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계약서에는 12억5000만달러 대출의 담보로 취득한 고려아연 주식 전량(220만9716주)은 물론 증권계좌 내 현금 및 배당금, 청구권 일체까지 포함된 '증권계좌 근질권'이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약정 위반으로 기한이익 상실이 선언될 경우, 미국 전쟁부가 즉시 주식 처분권을 행사하고 계좌 내 현금 자산까지 동결·회수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장치다. 1년의 보호예수 기간이 설정되어 있지만, 이는 주식 매각을 잠시 유예할 뿐 담보권의 효력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크루시블 JV는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명시하며 이사 선임 및 정관 변경 등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크루시블 JV가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미국 전쟁부의 자금이 72%나 투입된 만큼, 고려아연의 경영 판단 기준이 주주 이익보다 미국의 안보 이익에 우선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이 미국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함과 동시에, 중국의 공급망 보복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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