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1구역] 미성1·2차 아파트 주민들, 경제적 이권·사업주도권 놓고 갈등
오세훈표 재건축 혜택 누리자는 기류에 일단 잠잠해진 분위기…갈등 불씨는 여전히
미성1차 주민들, 단독 재건축 추진위 꾸리려다가 구청에 발목…행정소송도 제기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있죠. 화합을 하려는 노력을 양측이 해야 하는데 하지를 않으니 안타깝죠.”
압구정1구역 내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 추진 현황’을 묻는 기자 질의에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미성1·2차 아파트 주민간 갈등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냐고 되묻자 “현재도 진행형이다”며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들도 경제적 실익과 사업 주도권을 두고 펼치는 이들의 갈등이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독립해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미성1차 아파트 주민들과 통합을 외치는 2차 주민들간 갈등이 2년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해 사업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기자가 만난 압구정1구역 내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은 재건축 지구 내 미성1·2차 아파트 주민들간 갈등이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독립된 조합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려 한 미성1차 아파트 주민들이 통합 재건축에 뜻을 모으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갈등이 재건축 사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지면적·분담금·사업주도권 놓고 미성1·2차 주민들 의견 충돌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미성1·2차 아파트 주민들간 갈등은 아직도 남아 있다”며 “각자 따로 재건축을 하자는 미성1차 아파트 주민들과 ‘같이 하자’는 2차 주민들간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형국”이라며 상황을 전했다.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건축까지 갈 길은 먼데 봉합되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라며 “아직 조합도 설립하지 못했는데 갈등에 대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갈등의 본질은 대지면적과 분담금, 사업 주도권에 있다고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C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미성1차 아파트 주민들이 보유한 대지의 면적이 2차 주민들보다 훨씬 더 넓다”며 “대지면적이 넓을수록 재건축때 낼 분담금이 줄어드는데, 주민 수가 많은 미성2차 아파트와 통합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게 되면 이런 효과가 반감된다”고 조언했다.

◆ “오세훈 혜택 누리자” 기류에 노골적으로 갈등 노출되진 않는 상황
양측간 갈등이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진 2년 전만큼 심각하게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통합으로 재건축이 진행돼도 용적률 계산 등 여러 진행 과정에서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D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견이 있지만, 재건축 사업을 독려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직하는 시기에 사업을 추진하려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며 “고도제한 완화 등 여러 부문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형성돼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금 언론 기사나 부동산 전문 기고 글에는 압구정1구역의 통합 용적률보단 미성1·2차 아파트 각각의 용적률이 더 자주 노출된다”며 “통합으로 재건축이 진행된다 해도 대지면적과 연면적을 계산해 용적률을 산출하면 ‘아깝다’거나 ‘우리끼리 진행할 걸’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1차 주민들이 나올 수 있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잔존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건축물의 연면적(총 바닥면적)을 산출한 비율로, 건물의 밀도를 결정하는 지표다. 용적률이 높으면 건물을 더 크고 높게 지을 수 있지만, 낮으면 상대적으로 작고 층수가 적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사업성 측면만 놓고 보면 용적률이 높은 게 유리하지만, 조합원 개개인의 삶의 질적인 면에서 보자면 낮은 게 더 이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미성1차 아파트처럼 주민들 가구 수가 적은 곳은 용적률이 낮을수록 더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주거단지를 조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일조권, 조망권, 채광권을 더 누리며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사업 주도권도 양측간 갈등이 깊어지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통합 방식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면 대지면적 등 분담금 계산 시 자신들의 경제적 이권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함에도 사업 주도권은 가구 수가 많은 미성2차 아파트가 가져갈 것이라며 우려하는 미성1차 주민들이 다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C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면 가구 수가 많은 미성2차 주민들이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조합원들의 총 투표 수로 시공사가 결정되는데, 가구 수가 적은 1차 주민들이 뜻을 모아도 2차의 주도로 시공사 선정 방향이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문제는 2023년 11월부터 시작
압구정1구역은 단지 내 미성1·2차 아파트 주민들간 갈등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2016년 서울시가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지정 및 계획결정 열람·공고를 진행하면서 미성1·2차 아파트와 상가가 소재한 지역이 ‘특별계획구역1’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재건축 추진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도 구성됐고, 관할당국의 승인도 받았다.
문제는 2023년 11월부터 발생했다. 서울시가 당시 미성1·2차 아파트와 상가가 소재한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분할 가능성’이 소재한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고, 미성1차 아파트 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분리 재건축’을 주장했다.
실제 미성1차 아파트 주민들은 2024년 1월 재건축협의회를 만들어 단독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한 동의서 검인과 연번 부여를 강남구청에 요청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특별계획구역 내에 승인된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복수의 추진위 구성이 불가능하다”며 거절했다.
이에 단독 재건축 추진위를 만들려던 미성1차 주민들은 강남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특별계획구역에 분할 가능선이 존재해 개별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김준영)는 특별계획구역의 분할 가능선은 위치를 정한 것일 뿐, 별개의 추진위를 구성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별계획구역 분할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는 하나의 특별계획구역을 둘 이상의 개별 단위로 분할해 개발할 수 있도록 분할 가능한 위치를 정한 선에 불과하다”며 “특별계획구역을 실제로 분할하는 별도의 정비구역 변경 지정이 없는 한 ‘특별계획구역 분할 가능선’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각각 별개의 추진위를 구성하거나, 일부 지역의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추진위를 구성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법적 분쟁 과정을 겪느라 압구정1구역은 조합을 꾸려 시공사 선정까지 나선 다른 지구와는 달리 아직 조합도 설립하지 못했다. 이달 8일에 추진위원장과 감사를 선출하는 주민총회를 개최하고, 추진위원장과 감사가 선출되면 강남구청의 승인을 받아 추진위를 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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