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서울 주요 도시정비사업장에서조차 경쟁입찰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인건비·공사비 급등과 금융비용 부담으로 마진 확보가 어려워진 건설사들이 대규모 수주비용을 투입하는 경쟁입찰을 외면하고,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발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돈되는 대형 사업마저 단독입찰...유찰 잇달아
올해 서울 도시정비 사업장에서는 현대건설-삼성물산의 한남4구역 맞대결과 포스코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의 용산정비창 경쟁을 제외하면, 경쟁입찰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파구 가락극동아파트 재건축은 입지가 뛰어난 대형 사업임에도 지난 16일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롯데건설만 단독 응찰하며 유찰됐다.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 GS건설 등 10여 개 건설사가 참여했으나 본입찰에는 한 곳만 나타난 것이다. 지하철 5호선 개롱역, 3호선 경찰병원역, 3·5호선 환승역인 오금역에 인접한 가락극동은 555가구에서 지하 3층~지상 35층 총 999가구로 재탄생할 예정인 우수 사업지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 방식상 입찰 참여 회사가 2곳 미만이면 유찰 처리되며, 두 차례 유찰되면 단독 응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여의도 대어급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경쟁입찰이 사라졌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두 차례 입찰 모두 삼성물산만 응찰해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조합이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교아파트 재건축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41번지 일대 3만3418㎡ 면적에 지하 5층에서 지상 49층 아파트 912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립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는 약 7721억원이다.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인 장위15구역(공사비 1조 4600억원)은 현대건설이 두 차례 모두 단독으로 참여한 가운데 세 번째 입찰을 진행 중이다. 조합이 지난달 진행한 3차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 GS건설, 제일건설, 호반건설 등이 참여했지만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단독 입찰을 예상하고 있다. 장위 15구역은 장위동 233-42일대 18만9450㎡ 정비구역 면적에 지상 최고 33층 총 2464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공사비는 1조 4600억 원으로 장위뉴타운에서 가장 규모 크다.
사업비 약 2조 7000억원에 달하는 강남권 대형 재건축인 압구정2구역도 당초 삼성물산과의 경쟁이 예상됐으나, 삼성물산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현대건설이 단독 응찰해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압구정2구역은 1982년 준공된 신현대아파트(9·11·12차) 1924가구를 최고 65층, 총 2571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강남권 정통 부촌을 상징하는 '압구정 현대'라는 브랜드 정통성을 잇기 위해서 압구정3·4구역 시공권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총사업비 약 1조 8000억원 규모의 성수 2지구도 포스코이앤씨가 조합 내 문제로 입찰을 포기하고, 삼성물산이 성수 3지구에 집중하면서 DL이앤씨의 단독입찰 가능성이 커졌다. 성수2지구는 최근 조합 내홍으로 조합장이 사퇴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시공사 선정 총회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성수2지구 관계자는 스마트투데이 기자와의 면담에서 “조합장 사퇴와는 상관없이 이달 28일 마감되는 시공사 입찰을 비롯한 남은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시공사 입찰의 경우 응찰하는 건설사가 없거나 한 곳만 단독으로 응찰하게 되면 유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의 개별홍보 논란이 일었던 송파한양2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은 1차 입차결과를 유찰로 결정했다. 조합은 지난 14일 대의원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1차 입찰결과 유찰·무효 결정의 건'을 표결에 부쳐 82.76%의 찬성률로 유찰 처리했다. 조합은 GS건설이 입찰이 절차상 무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1차 입찰 마감 당일에 불참을 선언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이 2차 입차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차 입찰에서 GS건설의 직원들이 조합원들과 개별 접촉한 사실을 공개하고, 조합에 공정한 경쟁환경을 요구하면서 입찰을 포기했었다.
조합-건설사 모두에게 '경고등'
경쟁입찰이 사라지면서 조합과 건설사 모두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 시스템이 붕괴되면 조합이 감당해야 할 비용과 갈등이 증가하면서, 그 부담은 조합원들의 재건축 사업비 증가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건설 경기 악화 속에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전략이 심화될수록 시장은 더욱 왜곡되고, 특히 규모 있는 대형 사업까지 경쟁 메커니즘을 잃으면 정비사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는 도시정비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조합원 보호라는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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