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1990년대 닷컴 버블 당시, 아마존은 창업 3년 만에 나스닥으로 향했다. 당시 기업들이 상장에 걸리는 평균 기간은 4~5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실리콘밸리의 성공 공식은 완전히 재작성됐다. 이제 유니콘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선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년을 넘어선다.
기업들이 ‘상장(Public)’이라는 전통적인 마일스톤을 늦추는 대신 선택한 것은 이른바 ‘프라이빗 IPO’다. 공모 시장에 나가기 전, 비상장 상태에서 수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구주를 유통시키는 이 거대한 사모 자본시장의 중심에 바로 포지 글로벌(NYSE: FRGE)이 서 있다. 연관기사: 시리즈 L까지 간 데이터브릭스, '프라이빗 IPO'를 아시나요? [글로벌마켓 디코드]
● 비상장 주식 거래의 인프라 구축
비상장 주식 시장은 오랫동안 ‘정보의 암흑지대’였다. 상장사와 달리 공시 의무가 없고, 거래 가격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포지 글로벌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이들은 비상장 자산의 거래(Markets), 데이터(Data), 수탁(Trust)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된 인프라를 구축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특히 '포지 데이터'의 등장은 혁신적이었다. 포지는 수만 건의 비상장 주식 거래 이력과 실시간 호가 데이터를 지표화했다. 이제 기관 투자자들은 비상장 자산의 가치를 평가(Mark-to-market)할 때 추측이 아닌 포지의 데이터를 표준으로 삼는다. 이는 사모 시장에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도입하며, 비상장 주식을 단순한 투기 대상에서 제도권 포트폴리오 자산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5년 포지 글로벌의 폭발적인 거래량 뒤에는 단연 ‘AI 메가 딜’이 있다. 오픈AI(OpenAI), 앤스로픽(Anthropic), xAI 등 기업가치가 수십 조 원에 달하는 AI 유니콘들은 과거 테크 기업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이들은 풍부한 사모 자금을 바탕으로 비상장 상태를 고수하며 연구개발에 몰두한다. 문제는 초기 투자자와 임직원들의 유동성 확보다. 상장까지 10년 넘게 기다릴 수 없는 이들에게 포지 글로벌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엑싯(Exit) 창구’가 된다. 포지는 기업이 직접 주도하는 ‘구조화된 유동성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주주들에게 현금화 기회를 제공하는 정교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 NYSE·NASDAQ에 버금가는 위상 가질 수 있을까?
물론 포지 글로벌이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하이브(Hiive)와 같은 신흥 강자들의 추격이 매섭고,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NPM) 등 전통 거래소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비상장 주식 특유의 높은 변동성과 테크 버블에 대한 경계론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지 글로벌이 보유한 ‘데이터의 해자’는 강력하다. 이들은 단순히 주식을 중개하는 것을 넘어, 비상장 주식을 토큰화(RWA)하여 유통시키는 차세대 금융 기술 도입에도 앞장서고 있다. 자산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포지의 플랫폼 영향력은 상장 시장인 NYSE와 나스닥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포지 글로벌의 행보는 ‘사모 자산의 대중화(Retailization)’라는 거대한 흐름과 닿아 있다. 과거 소수 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비상장 투자가 플랫폼을 통해 소액화·표준화되고 있다. 개인 자산가(HNWI)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비상장 주식 비중이 10%에 육박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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