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이라도 모아야 하는데...금산분리 완화 버프 못받는 금융지주 VC

경제·금융 | 입력:

생산적 금융 주문에도 VC 규제는 그대로 4대 금융지주 VC 자산 2.2조…규모 키우기 ‘한계’

|스마트투데이=강민주 기자| 정부가 지주회사의 지분 규제를 푸는 ‘원포인트 금산분리 완화’를 공식화했으나 금융지주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VC(벤처캐피탈) 규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모험자본 공급을 독려하며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선언했고 금융지주들 역시 이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VC는 설립 자체로 생산적 금융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금융지주회사법상 VC에 적용되는 규제는 그대로여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은 저마다 VC를 두고 벤처투자와 신사업 발굴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지주 VC 자산 규모는 약 2조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KB금융의 KB인베스트먼트가 금융지주 VC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90년 ‘장은창업투자’로 출범해 2008년 KB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됐고 2024년 말 기준 자산총계는 1조5298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VC 중 유일한 ‘조 단위’ 규모다. 지주사의 출자를 기반으로 관리자산(AUM)을 3조원 가까이 키웠다. 글로벌 플랫폼 펀드를 통해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최근 기후테크와 임팩트 투자 등 ESG 영역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우리금융 우리벤처파트너스의 2024년 말 기준 자산총계는 3501억원으로 집계됐다. KB인베스트먼트 다음으로 큰 규모다. 1981년 설립된 한국기술금융을 모태로 하는 1세대 VC다. 이후 다올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가 2023년 우리금융이 인수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하이테크와 바이오 분야에서 축적한 투자 회수 경험을 강점으로 꼽으며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 315억원을 기록해 4대 금융지주 VC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우리금융은 국민성장펀드와 모험자본, 첨단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계열사 협업을 통해 그룹의 모험자본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한금융 신한벤처투자의 2024년 말 자산총계는 1762억원 수준이다. 2000년 두산그룹이 설립한 ‘네오플럭스’를 전신으로 한다. 2020년 신한금융이 인수하며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대형 펀드를 결성하며 스타트업 스케일업을 지원해 왔지만 지난 3분기에는 수익 감소와 함께 15억6000만원의 기타충당금을 적립하며 1억9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의 하나벤처스는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2018년 지주가 직접 30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해 설립됐다. 2024년 말 기준 자산총계는 1385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VC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다.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기업 투자에 특화된 전략을 앞세워 ‘하나-K뉴딜 펀드’ 등 정책 연계 펀드를 운용해 왔지만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외비용이 31억원 발생하며 최종 이익이 크게 줄었고 수수료 수익 감소 역시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지주 VC들은 서로 다른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 현행 규제상 금융지주 산하 VC는 100% 자회사 형태로만 보유할 수 있고 외부 자금 조달 비중도 40%로 제한된다. 은행의 비금융회사 출자 한도 역시 의결권 기준 15%로 묶여 있어 전략적 투자 확대에는 제약이 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금산분리 완화를 계기로 금융지주 VC의 역할과 비금융 투자 규제에 대한 제도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에는 문을 열고 금융에는 문턱을 남겨둔 채로는 생산적 금융과 ‘K-금융’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를 완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산분리 완화가 금융사에 적용되지 않는 구조로 인해 경쟁·성장·기업가치 측면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전면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기능 중심의 합리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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