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 지난달말일자로 회사를 옮긴 A씨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 급여담당자로부터 지난 11일 퇴직금이 입금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같은 날, 그가 가입중인 퇴직연금(DC형) 운영사인 하나은행으로부터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가입하신 하나은행 퇴직연금에서 퇴직급여가 지급처리되어 퇴직금 지급예정일을 안내한다는 것"이 메시지 골자이다. 그가 안내받은 지급예정일은 보름여 지난 뒤인 7월25일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로 다른 퇴직연금 운용기관 즉 금융사로 퇴직연금상품을 실물이전하더라도 최대 3영업일이면 IRP계좌로 입금/이전이 가능하다.
A씨 경우처럼 DC형 운용금융기관과 IRP 금융사가 동일하다면 그 기간은 더욱 단축된다. 같은 금융사 내에서 DC계좌에서 IRP계좌로 이전하는 경우 시스템 내부적인 처리이므로 일반적으로 외부기관간 이전보다 시간이 훨씬 더 짧아진다.
금융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1~3영업일 이내 처리가 완료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 A씨는 하나은행으로부터 받은 문자 아랫부분에 적힌 고객센터로 문의했다가 황당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그가 전한 내용은 이렇다.
A씨가 가입한 하나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 생년월일, 이름 등 지루하다 느껴질 만큼 빡빡한(?) 본인 확인 절차를 마치고 그가 듣게 된 답변은 의외였다.
"고객님이 가입한 DC형 연금상품 중 xx증권의 TDF상품 매도에 보름여가 소요됩니다. 타 상품은 그 이전에 각각 매도돼 순차적으로 현금화되고, TDF 매도절차가 종료되면 이미 안내드린대로 25일경 일괄 현금으로 IRP계좌로 입금된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나은행 "A씨 연금상품 일방 매도..소비자권리 침해 '논란'(?)
상품 '일괄 매도'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A씨가 "실물이전제도가 2023년 하반기부터 시행중인데 가입자 동의 절차 없이 모든 연금 상품을 은행이 일괄 매도 후 지급한다고요???"
A씨 반응에 덩달아 당황한 듯한 상담원은 "여기는 상담센터이고요, 고객님. 해당 지점에 제가 연락해 상황을 알아볼게요. 통상 이런 경우(DC→IRP 이전) 지급전 지점 실무 담당자가 전화를 드리는데 연락을 받지 못하셨나 보네요"라며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통화를 마무리지었다.
10여분 뒤 A씨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던 지점의 퇴직 연금 담당자라고 밝힌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고객님은 이미 동의하셨습니다"
A씨는 직원의 얘기에 당혹스러워 말까지 더듬거렸다.
"내가 동의했다고요? 저는 전화나 이메일 등 최근 은행으로부터 일체 연락받은 게 없는데요"
해당 직원은 A씨 답변에 "고객님,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라며 한풀 기가 꺽인 채 통화를 끊었다.
이로부터 서너시간 가량 흐른 뒤, 담담팀장이 전화했다.
"죄송합니다. 고객이 현물이전을 요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희박합니다. 그러다보니 고객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퇴직연금 상품 현금화를 이미 진행했습니다. 현 상황에서 이를 되돌릴 방안은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고객님의 양해를 구합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2023년 하반기 시행됐지만.."감독당국 관리소홀 개선돼야"
그러나 감독당국 규정은 A씨와 같은 경우,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가 가입자에게 반드시 DC형에서 IRP로 전환되는 경우, 운용중인 상품을 실물 이전할 건지, 또는 매도해 현금으로 옮길 것인지 반드시 묻도록 정하고 있다.
감독당국이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관련 규정만 만들었을 뿐 금융사 일선 창구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사후 현장관리를 철저히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허울뿐인 규정인 셈이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이 각 금융사 퇴직연금 담당자에게 실제 교육한 퇴직연금 자료와 관련 업무지침, 고용노동부 관련법규를 찾아보면, DC형 퇴직연금에서 IRP로 퇴직급여를 이전할 때 퇴직연금 운용사는 가입자 동의 없이 임의로 상품을 매도하여 현금으로 입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문시에는 창구에서, 비대면 거래의 경우, 전화 등으로 가입자의 동의 절차를 반드시 구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사업자는 가입자의 계약이전 신청을 받은 후 실물이전 가능 상품목록 등 유의 사항을 가입자에게 충분히 안내하고, 가입자의 이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 확인을 거친 후 실물 이전을 실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실물이전이 불가능한 상품이 있다면, 가입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매도 후 현금으로 이전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동의도 받아야 한다. 가입자 동의없이 임의로 매도하는 것은 가입자의 자산 운용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임원은 "은행의 경우, 연금 업무 담당자가 일선 창구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감독당국 지침을 일일히 확인못하거나, 알더라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관련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를 종종 전해 듣고 있다"며 "A씨 같은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보다 꼼꼼하게 미리미리 챙겨 예상치 못한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등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일선 창구에서는 수수료 수입으로 한 푼이라도 더 올려야 한다는 영업압박에 가입자 문의절차 없이 연금상품을 일괄 매도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민원 '킹'불명예..고객10만명당 0.16..신한·국민 0.16보다 '빈발'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소비자 불만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가 조사한 지난 1분기 시중은행의 민원건수 조사에서 하나은행의 소비자불만 요청사항은 40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한(32건), 우리(35건), 국민(39건) 보다 빈번하게 일었다.
특히, 고객십만명당 민원건수로 환산시 하나은행의 민원건수는 0.16건으로 경쟁은행 대비 격차가 더 커진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고객십만명당 민원건수는 0.11건에 그친다. 우리은행도 0.14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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