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보수적인 일본, 스마트시티 기술에 눈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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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즈와카마쓰 성 (사진=셔터스톡)
일본 아이즈와카마쓰 성 (사진=셔터스톡)

일본은 전통을 중요시하는 나라다. 옛 문화를 유지하려는 마인드가 강하고 변화에 지극히 보수적이다. 서울대 장달중 교수는 일본의 자본주의를 ‘전통을 유지하면서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자본주의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로 정의했다. 도쿄 중심지에서 다디미가 그대로 사용되는 모습만 보면 그 말이 맞다.

일본의 산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전통 제조업이 여전히 주류이며 벤처와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토양은 아니다. 물론 최근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는 한다.

스마트시티 분야도 마찬가지다. 여러 미디어에서 전 세계 각국의 스마트시티 뉴스를 쏟아내는데 정작 일본은 이슈에서 소외되어 있다. 도요타의 후지산 기슭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화제를 일으켰을 뿐 특별히 주목받는 프로젝트가 거론되지 않는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이에 대해 독특한 진단을 내렸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개인정보를 일괄 수집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 스마트시티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일본은 정반대의 방침을 취하면서 개인정보 제공을 선택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 스마트시티의 진행은 더디지만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닛케이는 일본 술 사케와 사무라이 전통으로 유명한 후쿠시마 현 아이즈와카마쓰 시를 꼽았다.

다케다 종합병원은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은 진료비를 지불한다. QR코드를 전자결제에 적용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TIS 측은 "병원비뿐만 아니라 세금, 교통비, 정기 서비스 구입비 등 모두를 QR코드로 지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예약, 의약품 배달, 원격진료, 인공지능 기반 진단 등의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일본의 다른 기업들도 아이즈와카마쓰에서 모빌리티, 교육, 에너지, 농업, 제조업 분야에 스마트 기능을 접목시키고 있다. NEC, 토판프린팅, 코카콜라, 소프트뱅크 그룹, 미쓰비시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시의 스마트화를 추구하는 AiCT 혁신센터에서 협력하고 있다. 컨설팅 글로벌 그룹인 액센츄어도 아이즈와카마쓰 스마트시티 프로그램에 총괄 역할로 참여하고 있다.

액센츄어 측은 "각 서비스에 개인 데이터 수집 허가가 명시적으로 주어지는 '옵트인(opt-in)' 모델이 없다면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주민들의 신뢰가 없으면 스마트한 도시개발은 실패한다"고 단언했다.

아이즈와카마쓰 시는 프로젝트 참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주민들에게 명확히 밝혀 그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정보가 오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데이터 관리는 지역사회가 총괄한다.

개인정보 데이터를 지역사회가 총괄하는 데이터 거버넌스는 아이즈와카마쓰의 가장 돋보이는 정책으로 보인다. 주민이 참여하고 데이터의 사용에 의견을 제시하고 시는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같이 호흡하는 것이야말로 스마트시티 성공의 핵심임은 여러 곳에서 증명됐다.

개인정보의 허술한 처리는 미국과 중국의 스마트시티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로이터를 비롯한 유수의 언론들이 보도했듯이 토론토의 구글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의 퀘이사이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그랬다. 시민들은 이 사업을 감시 사회인 '디스토피아'로, 자신들을 '실험용 쥐'로 표현했다. 퀘이사이드 프로젝트 철수는 구글로서는 치욕적인 후퇴였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기업들이 정부 주도의 100여 개 스마트시티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국제표준화기구에 스마트시티 국제표준을 제안했지만 정부의 중앙집중식 데이터 관리에 많은 중국인들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본은 개인정보에 보다 투명하게 접근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일본포브스지는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개방형 접근성'을 특징으로 하는 스마트시티 확충 법을 개정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법은 스마트시티 운영체제(OS)를 표준화함으로써 일본 내 모든 도시가 이 운영체제를 활용하루 수 있도록 한다. 시마다 자체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대로 시행된다면 스마트시티 구축을 가속화하는 도구로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마다 특색이 있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표준 운영체제의 일괄 적용은 어려운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미 알려진 대로 도요타와 NTT는 시즈오카 현 스소노 시에 ‘우벤 시티’라는 이름의 스마트시티 구축에 나선다. 도요타는 나아가 미국의 벤처 캐피털 스크럼벤처스, 동일본철도 등 6개 일본 기업과 공동으로 스마트시티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의 ‘스마트시티X’도 발표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한편 IDC에 따르면, 스마트시티 기술에 대한 전 세계 지출은 2020년에 1227억 달러로 증가하며 2023년에는 1887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시티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중국, 인도, 한국, 동남아 각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일본까지 가세하고 있다. 경제의 중심 축이 아시아로 이동하리라는 전망이 허언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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