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반 국가 건설’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이야기다. 정확하게는 IMF 사태로 벌어진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쏟아져 나온 많은 아이디어들 가운데 당시 김대중 정부가 채택하여 추진한 4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다. 이 아이디어는 OECD가 1996년에 발표한 ‘Knowledge based Economy’라는 리포트를 바탕으로 필자가 기자로 일했던 한 언론사에서 범국가적 캠페인으로 벌였던 ‘신지식인-지식경영-두뇌강국’ 프로젝트를 정부 차원에서 채택하여 추진했던 정책이었다.
‘Knowledge is Power.’라는 ‘진리’가 시대적 상황과 맞물러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결과이다. 특히 이런 컨셉이 국가 정책으로 채택되기까지는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Knowledge Worker의 중요성에 대해서 했던 예언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20년이 지난 지금 ‘지식기반 국가’라는 말은 그야말로 ‘라떼’가 되었다. 이런 상황은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서 어쩌면 당연지사일 것이다.
별로 기억되지 않는 역사(?)까지 들먹이면서 서두를 장황하게 펼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스마트 시티’라는 핫 이슈가 ‘지식기반 국가’의 전철을 밟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의 근거는 ‘더 센 놈’이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 전략’이 바로 ‘그놈’이다.
특히 국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세종 5-1생활권,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SPC 민간사업자 공모에 현대자동차, KT, LG CNS, RMS컨소시엄 등 4개 회사(세종), 한국수력원자력, LG CNS 등 2개사(부산)으 대표사를 중심으로 대·중소·스타트업을 포함하여 최소 50개 이상의 스마트 솔루션 기업과 건설사, 금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참여의향서를 제출하여 큰 관심을 모으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놈’의 등장은 충격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한국판 뉴딜 전략’은 대통령이 월 1~2회 회의를 직접 주재할 것이라고 청와대가 공식 발표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국가발전 전략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공동본부장을 맡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정부 측 고정 멤버로 참여하는 뉴딜 당정추진본부의 구성은 당연한 순서일 수 밖에 없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판 뉴딜` 정책이 담긴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다양한 인프라 투자사업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 사업이 분산돼 추진될 가능성이 크고, 더 나아가 투자 대상 시설물에 대한 스마트화 전략이 부재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한국판 뉴딜` 사업을 `스마트 시티` 구축 중심으로 전환하라고 용감하게(?) 제언한 것이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정보통신 인프라를 공급하는 내용 중심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러한 정부 주도의 공급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국가 시범 프로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국토부가 뉴딜 당정추진본부 멤버에서 빠져 있어 이러한 업계의 우려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위기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는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 역시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민’을 위한 정책이 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민들의 '행살편세’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스마트 시티’를 추진한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겠다는 ‘한국판 뉴딜’ 정책은 명칭부터 ‘한국판 스마트 뉴딜’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뉴딜’ 정책이라는 명칭은 수십 년 전에 사용됐던 것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사람들의 행동은 물론 정부의 정책 역시 ‘컨셉’과 ‘명칭’ 때문에 제한될 수 있다.
살짝 막연한 것처럼 들리는 ‘뉴딜’보다는 ‘스마트 뉴딜’ – 스마트 테크놀로지를 통한 새로운 국가 발전을 통한 '선도국가’ 실현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전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분야는 ‘스마트 테크놀로지’가 유력하다. 특히 스마트 테크놀로지를 적용하여 구축되는 ‘스마트 시티’의 경우 전세계적인 시장성도 막대하다. 한 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시티 시장은 2019년 약 750조 3천억 원(6천248억 1천만 달러)로 평가됐으며, 2020~2025년 기간 동안 18.30%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25년까지 약 2천 60조 원(1조7천128억 3천만 달러)의 가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가 국가시범 사업으로 스마트시티를 제대로 구축할 경우 전세계 ‘스마트 시티’ 구축 시장을 장악한다면, ‘한국판 스마트 뉴딜’ 정책은 그야말로 우리나라를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정책은 정권에 따라 명칭이나 우선 순위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한 정책의 실효성이 입증될 경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김대중 정권의 ‘지식기반 국가건설’이라는 정책 중에서 정권이 다섯 번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BK21 사업’이다. 김대중 정권 때 지식기반 경제, 기식기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두뇌강국(Brain Korea)’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21세기를 위한 ‘두뇌’를 양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필자의 딸 뿐만 아니라 지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자녀들이 이 지원금을 받아 박사 학위까지 마칠 수 있었으며 국가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몫을 해내고 있다.
‘스마트 시티’ 구축 정책 역시 ‘BK21’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 시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와 SPC 응모에 지원한 컨소시엄들의 책무가 막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공공부문과 민간 기업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들이 보여왔던 문제점들을 스마트하게 극복하여 성과를 낸다면 ‘한국판 뉴딜’ 정책은 분명히 ‘스마트 시티’ 구축을 중심으로 한 ‘한국판 스마트 뉴딜’ 정책으로 바뀔 것이다. 굳이 바꾸라고 주장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잘 파악하여 오늘(14일) 개최되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스마트 시티’를 중심으로 한 ‘한국판 스마트 뉴딜’ 정책을 보고하길 기대해본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이연하.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MSC 국제공인 명상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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