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당근으로 법인세 세액 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거론된다. 그와 동시에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정치권 목소리도 있다.
12월 결산 법인은 보통 3월에 법인세를 내는데, 은행권이 지난해 법인세로 5조원 넘는 세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법인세는 지난 2022년 5조7398억원보다 5% 감소한 총 5조42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0.27% 수준으로, 오른쪽에서 보면 많고 왼쪽에서 보면 적다.
◇세금 가장 많이 낸 은행은 국민은행
지난 28일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은행 20곳 중에서 가장 많은 법인세를 낸 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작년에 9073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재작년 1조원 넘게 법인세를 냈지만, 작년에는 13% 감소했다.
기업은행(7792억원), 하나은행(6804억원), 신한은행(6208억원), 농협은행(6093억원), 우리은행(531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서, 농협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재작년 세금 2천만원을 납부한 산업은행은 작년에 2천억원 넘는 법인세를 내, 무려 1만배나 폭증했다. 주로 특수은행과 국책은행들의 법인세가 증가했다. 5대 은행 중에서 농협은행이, 지방은행 중에서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재작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다.
지방은행 중 가장 많은 세금을 낸 광주은행과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법인세 차이는 2억원에 불과하다. 세금으로도 카카오뱅크가 지방은행 수준으로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법인세 과세 기준은 당기순이익에서 출발하나, 기업회계를 세무조정해서 세무회계로 바꾸는 과정을 거친다. 기업의 수익과 비용에서 세법에 따라서 뺄 거 빼고, 더할 거 더해서 익금(수익)과 손금(비용)을 계산한다. 익금에서 손금을 뺀 것이 소득으로, 이 소득이 법인세 과세 대상이다.
◇SC제일 1980억원 vs. 한국씨티 136억원
반면 법인세를 가장 적게 낸 은행은 지방은행인 제주은행이다. 작년에 전년 대비 81% 급감한 9억원을 세금으로 냈다.
외국계 시중은행 중에서 SC제일은행이 1980억원을 법인세로 낸 반면에, 한국씨티은행은 세금 136억원만 납부해 SC제일은행의 10%도 안됐다. 작년 한국씨티은행의 순이익은 3380억원으로, SC제일은행 순이익 4233억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법인세를 내지 않은 은행은 인터넷은행 토스뱅크다. 작년 175억원 적자를 냈지만, 올해 연간 흑자를 기대하고 있어 조만간 법인세 납부 소식이 들릴지 주목된다.
가장 많은 법인세를 냈던 삼성전자가 작년 영업 적자로 52년 만에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 법인세 비용을 반영했다고 한다.
기업이 이익을 크게 내서 법인세도 많이 내면 칭찬하지만, 은행이 돈을 많이 벌면 이자장사를 했다고 눈을 흘기고 이중과세인 횡재세 압력까지 가해진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은행업도 마찬가지다. 은행 주가만 부양할 게 아니라 은행 산업을 육성하는 장기적 안목으로 세제를 손대야 한다.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12년 법인세 과세체계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법인세 과세체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해 지금까지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대체로 다른 국가들이 추진하는 방향을 보아가며 큰 흐름을 그대로 따라왔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그렇게 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선도적으로 나갈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그 고민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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