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행 부실채권 비율 등락 엇갈려..속내는?

경제·금융 |입력

KB·하나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했는데 신한·우리 0.1%p 하락 작년 은행권 부실채권 3.4조원으로 1년새 24% 늘어 기업대출서 부실채권 늘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상승

[출처: 각 은행]
[출처: 각 은행]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이 지난해 6천억원 넘게 늘어 3조3천억원을 넘어섰다. 1년 사이 24% 급증했다. 기업대출에서 부실채권이 늘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오름세다. 4곳의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락은 엇갈렸다

지난해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인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안정적이었지만, 4월 총선이 끝난 직후 4월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현재 수치 자체는 건전하지만, 현재진행형인 위기 탓에 추세가 문제란 시각이다.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기관 사이에서 이른바 대출 돌려막기로 건전성 지표 관리가 암암리에 행해진다는 얘기도 새나온다. 연체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게 새로운 대출로 환승할 것을 금융회사가 먼저 제안하는 식으로, 일종의 회계상 화장(메이크업)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의 이야기겠지만, 때마침 감독 당국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 등을 독려하면서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당국 입장에서는 당장의 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출처: 4대 시중은행 사업보고서와 현황 보고서 취합]
[출처: 4대 시중은행 사업보고서와 현황 보고서 취합]

◇ 4大은행 부실채권 3.4조원..기업대출서 늘어 

각 은행 사업보고서와 현황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4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3조386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2조7269억원에서 6595억원 늘었다.

은행은 대출을 5단계로 분류한다.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이다. 여기서 고정 이하는 연체기간이 3개월 넘은 부실채권으로 본다. 대손충당금도 20~100%까지 쌓는다.

전체 여신에서 고정 이하 여신의 비율을 따져서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평가한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낮아야 은행 건전성이 좋다고 본다. 

KB국민은행이 1조155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 대출에서 연체가 늘면서, 재작년보다 60% 넘게 급증했다. 하나은행(8778억원), 신한은행(7872억원), 우리은행(5663억원)이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56억원 감소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은 1657건으로, 2022년 1004건보다 653건(65%) 급증했다. 올해 1~2월은 2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5건보다 40%(83건) 늘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곳 모두 극히 낮은 수준이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KB국민은행이 0.31%로 가장 높고, 우리은행이 0.18%로 가장 낮았다. 

국민은행은 재작년 0.20%에서 작년 0.31%로, 0.11%p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0.21%에서 0.26%로 올랐다. 반면 신한은행은 0.25%에서 0.24%로, 우리은행은 0.19%에서 0.18%로 소폭 내렸다. 저축은행과 비교하면 아주 낮다. 저축은행 79곳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7.72%, 재작년 4.08%였다. 

[출처: NICE신용평가]
[출처: NICE신용평가]

◇ 우리·신한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 줄었다.. KB ·하나, 소폭 늘어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를 따진 연체율은 지난해 국민은행이 가장 낮았다. 국민은행(0.22%)을 제외하고 은행 3곳의 연체율은 0.26%로 같았다.

연체율은 같지만, 상승폭은 달랐다. 하나은행의 연체율은 재작년 0.20%에서 작년 0.26%로,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신한은행은 0.21%에서 0.26%로, 우리은행은 0.22%에서 0.26%로 올랐다. 국민은행은 0.16%에서 0.22%로 올랐다.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뛰어,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1년 사이에 0.05~0.07%p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노란불이 들어온 셈이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재작년 0.20%에서 0.26%로, 신한은행은 0.20%에서 0.25%로 올랐다. 하나은행은 0.16%에서 0.23%로, 우리은행은 0.21%에서 0.28%로 각각 상승했다.

[출처: 2018년 금융감독원 기관홍보영상]
[출처: 2018년 금융감독원 기관홍보영상]

◇ 은행 건전성 지표 '건전'..실상 건전할까 '의구심' ↑

문제는 지난 2023년 말 당시 기준이고, 은행이 건전성 지표를 신경 써서 관리한다는 점에서 추세를 살피는 편이 더 의미 있다. 경기상승 국면에서 이 비율은 3개월 차이로 급전직하로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경기하강 국면에서 비율이 3개월 만에 치솟을 수도 있다. 태영건설의 작년 3분기 실적과 연말 실적의 괴리가 그렇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말 '손실의 시대, 건설업의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 보고서에서 "투입법에 따른 손익 반영은 공사 주체인 건설사의 판단과 추정에 따라 회계 처리 결과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즉 "계약원가, 공정 진행 중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비용, 계약변경이나 설계변경에 따른 원가 변동 항목 등에서 추정과 판단이 많이 적용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기평은 "위험이 코앞에 오는 순간까지도 손익계산서상 매출의 변화는 관찰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라며 "건설업의 리스크는 현금흐름표→재무상태표→손익계산서의 순서로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과 은행업은 다르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같은 처지다. 손실 반영을 최대한 미루려는 유인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소리다. 은행권에서 배임 사고가 잦은 이유는 은행원 개개인의 도덕성 탓만 아니라 실적을 달성해야만 한다는 압박감과 성과주의 탓도 크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고정 여신도 3개월 연체를 봐주면, 요주의 대출이 될 수 있다. 대출 한도를 늘려서 대출을 더 내주고, 빚으로 이자를 갚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은행권 관계자는 귀띔했다. 

금융감독원은 4월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이달 들어 은행, 증권, 보험 등 PF 관계자들과 연쇄 회동으로 PF 사업장 자금 공급을 유도했다. 올해 초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을 압박한 지 3개월 만에 자금 공급을 독려한 것이다. 은행권이 PF 안전지대라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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