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회사 10곳의 지난해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살펴봤더니, 우리금융지주가 가장 낮았다.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규제 상한인 130%의 턱밑까지 찬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 출자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비은행업 확대에 뒤쳐진 우리금융그룹이 숙원사업인 증권사 인수에 여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임종룡 회장 등 우리금융지주 경영진들이 M&A를 주저하면서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마치 기업이 현금성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보유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으로 자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 M&A 뒤쳐진 우리..올해가 마지막 기회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이중레버리지비율이 가장 낮은 지주회사는 우리금융지주로, 지난 2023년 12월 말 99%를 기록했다. 재작년 98%와 거의 같다.
온라인 펀드 판매사 한국포스증권 인수에 청신호가 켜졌다. 자회사 우리종합금융은 증권사 합병을 포석으로 작년 말 유상증자로 5천억원의 실탄을 마련한 상태다. 우리금융지주는 은행계 지주회사 중에서 유일하게 증권사를 자회사로 두지 못하고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 출자총액을 자본총계로 나눈 비율로, 낮을수록 출자 여력이 있다고 본다. 금융지주회사들이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130% 이하를 권고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들이 보험 자회사 인수로 앞서갈 동안,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 사업 강화와 본업 두 마리 토끼를 놓치고 뒤쳐졌다.
우리금융지주는 은행, 카드, 캐피탈, 종합금융,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은행 의존도가 90%를 넘는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9년 동양자산운용, 2020년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인수를 끝으로 M&A 흐름이 끊겼다.
보험 자회사를 둔 금융지주사들과 격차가 벌어지면서, 보험 자회사 인수가 시급하지만 증권사보다 인수자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기상조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월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잔여지분 1.24%를 매입, 소각하면서 26년 만에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했다.
타이밍은 늦었지만, 올해가 마지막 기회이자 적기가 될 수 있다. M&A 시장에 큰 장이 열릴 거란 전망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앞으로 저축은행, 증권, 캐피탈 등 2금융권에서 M&A 매물이 적잖이 나올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했다.
◇ 한투 규제비율 턱밑..BNK, 하나, 메리츠도 출자여력 빠듯
우리금융지주 다음으로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낮은 지주사는 KB금융이다. 재작년 110%에서 작년 107%로, 3%p 떨어졌다.
지방은행을 거느린 금융지주사인 JB와 DGB, 신한, 농협금융지주가 110%대로 나타났다. JB금융지주가 110%, DGB금융지주가 116%, 신한지주가 118%, NH농협금융지주가 119%를 각각 기록했다. 농협을 제외하고 모두 재작년보다 상승했다. JB금융지주를 제외하고 모두 작년 말 금융지주 평균인 114%보다 높았다.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129%로 규제비율 130%의 턱밑까지 찼다. 재작년에도 129%였지만, 높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유지했다.
BNK, 하나, 메리츠금융지주도 120%대로 출자 여력이 빠듯한 상태다. BNK금융지주는 재작년 124%에서 작년 125%로 상승했다. 작년 KDB생명 인수를 접은 하나금융지주는 124%로 나타났다. 메리츠금융지주는 122%를 기록했다.
지주사가 빚을 내서 M&A를 하거나, 적자 자회사에 증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독 당국은 이중레버리지비율로 규제한다. 물론 자본으로 인정되는 코코본드(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충분히 낮출 수 있지만, 이자 부담이나 채권을 받아줄 수요를 생각하면 무한정 발행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자기자본 증가의 원천 중 가장 좋은 것은 유상증자나 현금성 이익 발생"이라며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회계기준상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이자 지급과 상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자본의 질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작년 말 금융지주 10곳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4.2%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118.54%, 2021년 116.41%, 2022년 114.3%로 쭉 하락세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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