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한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라이벌 기업인 TSMC와 인텔이 대규모 투자와 고객 유치로 승승장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1위 TSMC는 1.4나노(nm) 공정 개발을 준비하고, 3나노에서 테슬라라는 굴지의 기업을 고객으로 삼으며 끊임없이 달려나가고 있다. 파운드리 후발 주자인 인텔 역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삼성전자의 위치를 위협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 한해 시설과 R&D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임직원들이 올 연말 성과급도 받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TSMC 3나노 고객 합류 가능성↑
27일 글로벌 IT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IT 매체 기즈모차이나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내년부터 TSMC의 N3P 파운드리 공정 고객사로 합류할 계획이다.
트렌드포스는 "3나노 기술 분야의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인 TSMC는 미디어텍, AMD, 엔비디아, 퀄컴, 인텔과 같은 클라이언트를 통해 2024년 3나노 제품군에 대한 새로운 테이프아웃(NTO) 수가 급증할 것"이라며 "소문에 따르면 테슬라가 차세대 FSD(Full Self-Driving) 칩 생산에 N3P를 활용할 고객 목록에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처음 구형 FSD 칩을 삼성전자 14나노 공정으로 시작해 삼성의 7나노 공정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후 테슬라는 디자인 업그레이드, 생산 품질 및 규모를 고려해 4세대 자율주행칩 생산을 TSMC 5나노로 전환했다. 여기에 5세대 자율주행차 칩 생산에 TSMC의 N3P를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TSMC가 이전에 공개한 프로세스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가동이 예상되는 N3P 프로세스는 차세대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이다. 현재 N3E에 비해 N3P는 5% 성능 향상, 5~10% 전력 감소를 보인다. 소비전력이 증가하고 칩 밀도가 1.04배 증가한다.
기즈모차이나는 테슬라 측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며 "TSMC는 N3P 공정이 인텔 18A 공정과 비교해 기술 성숙도와 성능, 전력효율 등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강조해 왔다"고 보도했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다.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나노다. TSMC와 삼성전자가 이를 양산하고 있다.
3나노 다음 단계인 2나노 이하 부문에서는 TSMC가 대체로 우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삼성전자와 인텔도 2나노 이하를 준비 중이다.
1옹스트롬은 0.1나노로 인텔 18A는 1.8나노 공정에 해당하는 최신 기술이다. 인텔은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다만 현재 인텔이 미세공정에서 자사 제품이 아닌 파운드리 양산 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3나노 미만의 미세공정이 되면서 여기서부터는 단순한 숫자보다는 실제 반도체 설계와 제조 후 성능, 수율 등이 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테슬라 역시 이런 이유로 인텔의 1.8A나 삼성전자의 3나노가 아닌 TSMC의 3나노 공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TSMC, 1.4나노 선점 위해 공장 부지 확보
TSMC는 3나노에서 다양한 고객을 유치하며 차세대 공정인 2나노와 1.4나노까지 시장을 선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만 매체인 연합보와 자유시보 등은 소식통을 인용하며 대만 내정부 도시계획위원회가 전날 ‘중부과학단지 타이중 단지 확장건설 2기 개발계획’ 관련 도시계획 변경안 통과를 의결했다며 TSMC의 새로운 1.4나노 파운드리 설립에 대해 보도했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이번 안건 통과로 1.4나노 공정 첨단 반도체 공장 관련 토지 수요가 충족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부과학단지 관리국은 후속 절차를 통해 내년 6월 관련 공장 건설이 시작될 수 있도록 부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대만 정부 관계자도 TSMC의 최첨단 1.4 나노 반도체 공정을 타이중의 중부과학단지에 건설하기로 사실상 낙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지지부진'에 성과급 0%
한편 라이벌 업체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문은 투자 대비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1년간 반도체 부문 적자 장기화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시설투자액만 역대 최대인 53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반도체 업계의 불황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 3분기 매출 16조4400억원, 영업손실 3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파운드리 부문은 라인 가동률 저하로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애플, 엔비디아 등 다수의 첨단 반도체 고객들이 TSMC의 최신 공정에 쏠린 탓이다.
이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시스템LSI 사업부 임직원들과 함께 올 하반기 목표달성장려급(TAI) 비율 0%로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인텔, 미국·이스라엘 등에 업고 위협적으로 성장
업계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2위 자리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후발주자인 인텔이 미국과 우방인 이스라엘 등을 등에 업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26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인텔은 이스라엘에 25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파운드리를 신설한다.
로이터는 인텔이 이스라엘 중부 키르얏 갓 지역에 새 파운드리 '팹38'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총 투자 규모는 250억 달러로, 이스라엘 역대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FDI)다.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절대 악과 전쟁 중인 시점에 인텔이 전례 없이 큰 규모의 투자를 승인한 것은 이스라엘 경제를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인텔은 또한 18A 공정 진입을 위한 필수장비인 ASML의 최신 EUV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 극자외선(NA EUV)'를 선점하며 차세대 공정에도 발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은 이미 ASML이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하이NA EUV 물량 10대 가운데 6대를 선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정부도 첨단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확보를 위해 자국 기업인 인텔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육성법인 칩스법(Chips Act)에 따라 제공하는 보조금 및 세제혜택을 인텔의 첨단 미세공정 개발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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