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을 두고 전국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발주처와 시공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수년 전 시공계약을 맺은 수년전보다 시멘트값과 자재비가 급등하면서 공사비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쌍방간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계약해지와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부산시민공원 촉진 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과의 공사비 인상 문제로 두고 갈등을 빚다 계약이 해지됐다. GS건설은 3.3㎡당 972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지만 3.3㎡당 807만원을 제시한 조합측과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곳은 2015년 시공사 모집 당시 공사비는 3.3㎡당 550만원 수준이었다.
공공공사 현장에서도 상황은 매 한가지다. 에코델타시티내 민간사업자 분양 아파트 공사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은 공사비 인상을 두고 부산도시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건설사들은 계약 당시보다 공사비가 20∼30% 올랐다며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부산도시공사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근거로 공사비 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을 놓고 파열음이 생기는 현장이 늘고 있지만 결국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형사들의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는 형국이다. 10대 건설사들은 그동안 쌓아놓은 수주잔고와 현금을 무기로 수익이 남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2월 초 400억원이 넘는 돈을 포기하고 울산 동구 일산동 일대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포기했다. 지방에서 아파트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1600억원에 달하는 공사대금 회수에 애를 먹기보다 440억원의 대출보증금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우건설의 수주 금액은 96조 57억원으로 계약잔액은 45조 9283억원에 달한다. 수주 잔액만 지난해 연간 매출액 기준 5년치에 달한다.
DL이앤씨는 경기 과천시 '과천 10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을 두고 삼성물산과 경쟁을 벌이다 지난 6월 사업중단을 선언했다. 내부 논의를 거쳐 부득이하게 재건축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조합이 요구하는 공사비로는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DL이앤씨의 총 수주 금액은 32조 5866억원, 계약 잔액은 20조 8994억원이다.
10대 건설사중 수주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58조 3951억원을 보유한 현대건설이다. 롯데건설은 46조 6185억원, GS건설이 42조 6542억원의 수주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 대형사 '느긋' VS 조합·중소형 건설사 '조급'
대형건설사들이 수익성 높은 사업장을 선별 수주하려는 경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시공권 확보를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대기업들이 이렇게 느긋한 데는 이달부터 조합설립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관련제도가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따내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기에 여유있는 수주잔고도 힘을 보태고 있다. 향후 4~5년치에 달하는 계약잔고를 곳간에 쟁겨두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나 수주잔고가 넉넉한 1군 건설사들은 급할 것이 없다"며 "시간은 자금 여유가 있는 대형사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반면 조합은 마음이 조급하다.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건설사와 계약을 해지해 봤자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이 지체될수록 불어나는 금융이자도 조합에게는 부담이다. 결국 조합은 건설사의 요구에 이끌리면서 사업을 속행할 수밖에 없다.
서울·경기 수도권은 물론 사업성 좋은 지방에서도 조합원들이 아파트 브랜드를 중요하게 따지면서 대형 건설사의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중소형 건설사를 찾을 수 있지만 조합원들의 원성을 살 것이 뻔하다.
경기도 성남시 산성재개발 조합은 시공단인 GS건설·대우건설·SK에코플랜트와 공사비 갈등을 빚다 계약해지를 결정했지만 최근 계약해지 결정을 번복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재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은 시공단과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은 지난해 3.3㎡당 538만원으로 한차례 공사비를 인상했지만 삼성물산·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이 3.3㎡당 680만원으로 추가 인상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으며 일반분양이 연기 됐다. 결국 조합은 건설사들이 요구안을 일정부분 받아들여 630만원대 공사비를 인상했다.
협상력이 낮은 중소형 건설사도 조합의 사정과 별반 다를게 없다. 자금의 여유가 부족하다 보니 사업성이 낮더라도 공사를 진행하게 되고 원자재값 상승분이 공사비에 반영이 안되면 결국 회사가 손실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오르는 시멘트값이 반영되면 공사비가 전용면적 3.3㎡ 당 1000만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사비 인상추세는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13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69만9500원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106만6200원으로 285만1200원 상승했다.
원자재값 상승의 부담은 결국 수요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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