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팬들은 유튜브에서 네덜란드를 소재로 한 자전거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부러워하곤 한다.
수도 암스테르담은 물론 로데르담, 위트레흐트 등 네덜란드는 그야말로 전국이 자전거 천국이다. 특히 36만 2000명의 인구를 가진 위트레흐트 기차역은 무려 2만 2000대를 보관할 수 있는 동굴형 자전거 보관소를 자랑한다. 자전거가 보관된 동영상은 장관을 연출하며 동영상을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방문 연구원으로 도시 정책과 모빌리티 기술과의 연계성을 분석하고 있는 데이비드 지퍼는 블룸버그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네덜란드의 자전거 대중화는 전국 기차역마다 만들어진 대규모의 자전거 보관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념비적인 기차역 보관소들은 네덜란드 교통망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 되었으며, 현재는 전체 기차 승객의 40%에 해당하는 40만 명 이상이 매주 평일에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문화에 대한 그의 기고 글을 요약해 소개한다.
미국 철도 시스템인 암트랙에서는 자전거 주차장 또는 보관소를 운영하는 역이 없다. 반면 네덜란드의 출퇴근 직업인이나 학생, 여행자들은 모두가 역사의 자전거 보관소를 당연하게 여긴다.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미국인들은 자전거를 갖고 타거나 야외 랙에 묶어 놓을 수밖에 없다. 베이에어리어의 BART 및 포틀랜드의 TriMet 등 일부 소수의 지역 철도망만이 소규모의 자전거 보관소를 운영한다.
네덜란드는 어떻게 이런 터널형 자전거 보관소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여기에는 공공 공간을 활성화하고 자동차 여행을 줄이기 위한 네덜란드 정부의 수년 동안의 신중한 계획이 뒤에 숨어 있다.
네덜란드 역시 오래 전에는 자전거와 기차 두 가지 수단을 하나의 모빌리티로 결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역사에서 가정을 잇는 짧은 구간의 연결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우선 과제였다. 네덜란드는 이 구간을 버스보다는 자전거로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자전거 주차가 집으로 오가는 이동의 필수적인 연결고리라고 판단했다.
10여년 전인 2012년, 네덜란드 정부는 ‘기차역 자전거 주차장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당시 2억 2100만 유로의 예산을 할당했다. 그리고 2019년까지 철도역 자전거 보관소의 총 주차 가능용량은 50만 대를 넘어섰다. 기존 시설도 정비됐다. 정부는 2020년 후속 작업으로 2025년까지 10만 개의 보관대를 추가로 만들기 위해 2억 유로를 배정했다.
현재 106개의 네덜란드 철도역 가운데 절반은 자동으로 운영되고, 절반은 안전요원이 관리하는 자전거 주차장이 제공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경우 6500만 유로를 들여 7000개의 자전거 보관대가 수중에 건설됐다. 위트레흐트 기차역의 2만 2000대 주차 공간은 지난 10년간 11배 증가한 것이다. 가장 활용률이 높을 때는 가동률이 70%에 달한다. 그래도 30% 여유가 있으니 네덜란드가 전 세계 자전거의 수도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철도역 자전거 주차장은 네덜란드 전역에서 일관성을 유지한다. 자전거 이용자는 역에 도착하자마자 기차에 탑승할 때 사용하는 것과 같은 카드를 긁어 보관소에 들어간 후 사용 가능한 슬롯에 자전거를 고정한다. 일부 보관소는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도 제공한다. 화물용 자전거를 위한 전용 구역도 마련돼 있다. 공간은 넉넉하다.
델프트, 위트레흐트, 힐베르쉼을 포함한 30개 이상의 역에서는 자전거 수리점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승객들은 기차를 타기 전에 자전거를 수리점에 맡기고 돌아와 수리된 자전거를 수거한다. 아침 출근 러시아워 시간에 평상시의 3배나 많은 승객이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장관이다. 네덜란드 철도는 또한 국가 자전거 공유 네트워크(OV-fites)를 통해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공유 자전거 시스템은 기차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역사에서 자전거를 보관할 때 첫 24시간은 무료이며, 그 이후에는 안전요원이 근무하는 역의 경우 하루 1.35유로, 자동으로 운영하는 역에서는 하루에 0.55~0.65유로를 받는다. 연간 자전거 보관권도 끊을 수 있는데 이는 약 80유로다. 주말과 휴일에 통근용 자전거를 보관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하다. 자전거를 되찾는 경우에도 카드를 스캔하면 끝이다. 보안이 확보된 장소에서 자전거를 도난당한 경우 철도회사가 최대 750유로를 배상한다.
일일 주차, 연간 구독 및 자전거 공유 대여로 인한 수익만으로 기차역의 자전거 주차 시설 운영비용이 거의 충당된다고 한다. 간혹 적자가 나면 철도회사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분담한다.
업그레이드된 보관 시설은 열차와 자전거 이용을 모두 증가시켰다. 철도 승객들이 자전거를 이용해 역사로 들어오는 경우가 20년 전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게다가 기차 이동 총계도 동시에 증가했다. 보관소로 자전거가 들어가면서 역사 앞길은 무질서한 자전거 주차가 없어져 도로 활용도가 높아졌다. 나무를 심고 벤치를 놓아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런 네덜란드의 선례가 다른 유럽 국가들을 자극했음은 물론이다. 벨기에 루벤은 최근 약 1000개의 주차장과 수리점을 개장했다. 프랑스의 국영 철도 네트워크인 SNCF는 파리의 2000곳을 포함해 전국의 역에 2만 4000곳의 자전거 주차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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