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통증과 수포, ‘비전형적 대상포진’ 의심해야

산업 | 김세형  기자 |입력
뮤토엘성형외과의원 최유섭 진료원장
뮤토엘성형외과의원 최유섭 진료원장

과로와 스트레스가 일상화된 현대인들에게 면역력 저하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우리 피부에서도 다양한 질환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 때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환이 바로 ‘통증의 왕’이라 불리는 대상포진이다.

일반적으로 대상포진은 등이나 가슴, 배 부위에 작은 물집이 띠 형태로 잡히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형적인 발생 부위 이외에도 두피, 안면, 회음부 등에 발생하는 ‘비전형적 대상포진’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형태가 아닌 경우 초기 증상 때문에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게 되어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40년 이상 경력의 피부과 전문의인 뮤토엘성형외과의원 최유섭 진료원장은 “대상포진은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피부로 발현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신경이 분포하는 곳이라면 피부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두피나 얼굴, 회음부 등에 발생하는 경우 단순 피부 트러블이나 치통, 몸살, 혹은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수두ㆍ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몸 속의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활성화되면서 증상이 발현된다. 보통 피부 발진이 나타나기 4~5일 전부터 피부에 통증, 가려움, 감각 이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발생 부위다. 두피에 대상포진이 오면 편두통으로 착각해 진통제만 복용하다가 머리카락 사이의 수포를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안면부에 오면 치통으로 오인해 치과 진료만 받고 지나가기도 한다.

특히 회음부나 엉덩이 부위에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환자들이 단순 습진이나 성병으로 오해해 부끄러움 때문에 의원 방문을 꺼리거나 엉뚱한 연고를 바르며 시간을 허비하다가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 후에나 내원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흔하다.

최 원장은 “비전형적 대상포진은 진단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면 치료는 의외로 명쾌하다”며 “대상포진이 무서운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정확한 진단 하에 적절한 용량의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함으로써 드라마틱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진 발생 후 72시간 이내, 즉 골든 타임 안에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시작하면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고 신경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치료하면 급성기 통증이 빠르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가장 무서운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즉, 복잡한 시술 이전에 정확한 진단과 약물 처방이 치료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거나 오진으로 인해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합병증의 위험이 커진다. 안면부 대상포진은 시력 저하나 안면 마비로도 이어질 수 있고, 회음부 대상포진은 배뇨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부에 스치기만 해도 아픈 통증이나 찌릿한 느낌이 들면서 붉은 반점이나 수포를 동반한 피부 병변이 관찰된다면 즉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최유섭 원장은 환자들에게 ‘주치의 개념’의 내원 진료를 권장했다. 그는 “피부 질환, 특히 수포성 질환은 초기 모양이 비슷해 보이더라도 그 원인과 치료법이 천차만별이다”라며 “인터넷 검색에 의존해 자가 진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평소 자신의 피부 상태를 잘 알고 수포성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피부과를 알아둔 뒤 이상 징후가 보일 때 지체 없이 내원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최 원장은 치료와 더불어 생활 습관의 교정도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결국 내 몸이 보내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구조 신호와 같다”며 “약물 치료로 급한 불을 끈 뒤에는 충분한 수면과 영양 섭취,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무너진 면역 체계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결론적으로 대상포진은 ‘골든 타임 내에 얼마나 정확한 진료와 처치가 이루어지는지’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눈에 잘 띄지 않거나 민감한 부위에 발생하는 비전형적 증상일수록 관련 질환 진료에 특화되어 있는 전문적인 피부과를 알아두고, 전문의의 판단 하에 정확한 진단으로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고통을 줄이고 빠른 일상 복귀를 돕는 현명한 대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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