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주역으로 이제는 은퇴시기에 접어든 베이비 부머들이 지구 환경 지킴이로 최전선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노년층은 통상 보수 성향이 두텁다. 정서적으로 친공화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 주류 트렌드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장년과 노년층의 화석연료 사용 지지를 바탕으로 석유 및 가스업계가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업계 로비도 공화당에 집중됐다. 이들이 공화당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벌어진 민주당 약진이 변곡점이 됐다. 자칫 대패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이 거꾸로 공화당을 누르고 정권 교체를 이뤘다. 기후 변화에 대응이 절실하다고 절감한 젊은 층들이 대거 민주당에 몰표로 밀어줬다.
이에 대해서는 본지에서도 지난해 11월 <[분석] 미국 중간선거, 민주당 사실상 승리…Z세대, ‘그린 웨이브’ 쏠림 가속>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
미국에서 최근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이제는 노년 세대까지 기후 대책 마련 촉구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100개 이상의 기후 시위가 24개 이상의 주에서 열리며 많은 시위대가 60대 이상으로 구성됐다고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가 전했다.
지난 2019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청소년들은 정부가 기후 위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일할 것을 촉구하면서 교실을 떠나 기후 운동가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지구 온난화에 대한 거대한 시위의 물결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 주에는 젊은 MZ세대가 아닌 베이비붐 세대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일반적으로 1946~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정의된다. 이 세대는 전쟁 후에 태어나 고생도 많이 했지만 노력의 대가로 자녀와 손주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부를 보유하고 있다. 최신 인구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밀레니얼(M) 세대보다 거의 9배, Z세대보다 27배 이상 부유하다. 대부분의 부는 주택 담보 및 은퇴 자금의 형태로 제공된다. 최근의 시위를 조직하고 있는 써드액트는 ”이런 부의 구조로 인해 베이비붐 세대는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은행 등 금융 기관에 압력을 넣는 이상적인 시위대“라고 언급했다.
써드액트와 350닷오르그를 설립한 기후운동가 빌 맥키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많은 일을 해야 했고 성과도 놀라웠지만, 18세에게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라며 “노인들은 돈과 구조적 힘을 얻었다.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대와 이념 갈등으로 쪼개어진 한국 베이비붐과 MZ세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써드액트는 ‘제3막’을 뜻하며 그만큼 나이가 든 사람을 가리킨다. 써드액트에 따르면 28일의 경우 100개가 넘는 기후 시위가 워싱턴D.C. 및 24개 이상의 주, 캐나다 일부에서 열렸다. 그들의 시위 타깃은 "살기 좋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수준으로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 최대 은행들“이다.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은행은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4개 은행이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글로벌 자금 조달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화석연료의 가장 큰 지원 금융기관으로 남아 있다. 환경 비영리 단체 ‘레인포리스트 액션 네트워크’의 보고서는 2016~2021년 사이에 이들 4개 은행이 화석연료 부문에 1조 20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아마존 열대우림과 아프리카 국가 모두에서 새로운 석유 및 가스 개발에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한 것은 씨티은행이었다.
이들의 시위 성과도 적지 않다. 지난 12월 써드액트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압력의 결과, 유럽 최대 은행인 HSBC는 새로운 유전 및 가스전에 대한 자금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선례를 지속적인 시위와 합력으로 이어간다는 의욕에 불타 있다.
한편 이달 초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은행과 뉴욕 시그니처은행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정부의 신속한 개입을 촉발했다. 재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많은 계좌 소유자는 작은 은행에서 큰 은행으로 돈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돈의 흐름은 기후 운동가들에게는 다소 불리하다. 화석연료에 대한 민간 자금 조달이 여전히 기후 적응 및 완화를 위한 자금 조달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빨리 기후 대응 금융 비중이 더욱 빠르고 거대하게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댓글 (0)
댓글 작성